-
-
새벽의 인문학 -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시작하는 방법
다이앤 애커먼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어둠이 물러나고 어스름한 빛의 여운이 깃들기 시작할 때 조금씩 보이지 않았던 사물이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내기 시작하는 아침. 현대 도시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력의 시동을 걸기 시작하는 아침이 시작된다. 매일 찾아오는 시간이지만 누구에게나 매일이 같은 건 아니다. 현대도시인들에게는 매일 깨어나는 새벽은 아마도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걷어내고 싶지 않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출근이나 등교준비를 서둘기 시작하는 일일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이 새벽을 잘 활용한다고 하는데, 잠이 많은 난 평범한 사람이라 그런지 새벽엔 역시 모자란 잠을 보충중일 수밖에 없다. 잠을 적게 자도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질 방도는 없을까? 그래야 새벽을 좀 더 알차게 사유의 시간도 가져볼 텐데 말이다.
하루의 아침을 여는 새벽시간, 누구는 그 새벽을 통한 깊은 성찰과 풍요로운 삶의 의미를 오감으로 찾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하는 에세이를 출간했다. 바로 다이앤 애커먼이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자니 잠시라도 여유롭게 주변에 귀 기울여 느껴보거나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한 듯하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새벽의 의미를 오감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고 사유할 수 있는 첫발을 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매일 새벽, 우리는 죽음에서 깨어난다.”
옛 어르신께 문안인사 드리며 밤새 안녕히 주무셨냐고 인사드리는 이유가 어르신들은 잠자다 돌아가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석 달 전 지인이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코마상태로 지금까지 병상에 누워있는 것을 보면서, 새벽과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와 가슴이 멍해졌었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정보에 의하면, 몸이 잠에서 깨어나도록 혈압이 올라가는 아침에는 혈관의 탄력성이 낮기에 약한 혈관이 늘어나다가 터질 위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새벽이 위험하다고. 이렇게 잠에서 깨어나는 것은 잠과 의식 사이의 외줄타기이며 몸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급증하여 자극된 상태가 되어 새벽현상을 유발한다고 한다. 그러니 당뇨환자에게는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새벽에 대한 의미가 바로 삶의 의미로 직결될 수밖에 없음을 느끼게 한다. 저자는 매일매일 새로 태어나는 경험이며 우리 몸의 신체적, 생체적인 활동의 과학적 정보, 인류역사의 밤과 어둠의 의미, 다양한 문화권에서의 의례화 언어화한 이야기를 세세히 일러준다. 시한부 인생에서의 매일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고, 이를 매일 인식하며 산다면 아마도 우리의 삶의 질이 좀 더 풍요로워지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저자의 새벽을 여는 다양한 자연의 이야기다. 잊고 살았던 자연의 변화에서 들려오는 생생한 소리, 움직임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활동, 그 자연 속에 자신도 그의 일부분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 점이다. 그것이 다른 에세이들과의 커다란 차이점처럼 느껴진다. 단지 풍경이 외국이라 우리나라 자연의 소리와 느낌과는 좀 다른 점이 있지만 말이다.
새벽에 동쪽을 고개를 돌리는 해바라기의 군집의 지혜, 함께 날아갈 때 평소보다 빠르게 방향 전환할 수 있는 비둘기 무리들의 창발성, 자기 몸에 난 털 구석구석 느끼는 고향을 찾는 두루미의 지식, 유명한 사색가, 예술가, 기록자, 인문주의자들의 다양한 정보를 통한 사고와 감각, 그리고 정서의 연결성을 느껴보면서 오감을 열고 주변을 관찰하는 등 색다른 사유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