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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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면서 9년만에 새로 출간한 단편집이라니 관심이 갔다. 사실 글 좀 읽는 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작가를 좋아하고 잘 쓴다는 것 정도 말고는 개인적으로 그리 큰 공감을 끄집어내기 어렵다. 왜 그를 이토록 많은 독자가 팔로우하는지 이제 알아가려고 하는 독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 여자를 잃게 된 남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아내를 병으로 사별한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의 아내가 젊은 남자배우와 불륜관계였는데 왜 그랬는지 이해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죽은 아내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심리를 확인하고자 속마음을 숨기고 그 남자를 여러 차례 만나는 이야기다. 난 이런 남자를 이해할 수 없다.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가 속속들이 안다는 건 불가능한 일 아닐까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거예요. 상대가 어떤 여자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가후쿠 씨만의 고유한 맹점이 아닐 거예요. 만일 그게 맹점이라면 우리는 모두 비슷한 맹점을 안고서 살아가고 있는 거겠죠." p50

 

[예스터데이] 소꿉친구였던 남녀가 소원해지면서 청년의 친구에게 여친을 인계하고 멀리 외국에서 새로운 직업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여자가 생각없는 물건인가? 이런....

 

"기억이란 피할 수 없이 새로 만들어져가는 것이니까." p111

 

[독립기관] 성형외과 의사이면서 미용 클리닉을 경영하는 장년의 미혼 주인공. 바람둥이 독신남으로 진정 사랑해보지 못한 그가 치명적인 상사병을 앓고 죽어간 이야기다. 말도 안 되는 이해할 수 없는 남자다.

 

"그녀의 마음이 움직이면 내 마음도 따라서 당겨집니다. 로프로 이어진 두 척의 보트처럼. 줄을 끊으려 해도 그걸 끊어낼 칼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어요. 이런 건 지금까지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감정입니다. 그게 나를 불안하게 만들어요. 이대로 점점 그리움이 깊어지면 나는 대체 어떻게 될까 하고." p145~146

 

[셰에라자드] 매혹적인 중년의 여자(셰에라자드)는 의문의 남자에게 자신의 추억을 꺼집어 내어 이야기한다.

 

"여자를 잃는 다는 것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 만들어 주는 특수한 시간, 그것이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셰에라자드는 그에게 그것을 넉넉히, 그야말로 무한정 내주었다. 그 사실이, 그리고 그것을 언젠가는 반드시 잃게 되리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그를 슬프게 했다." P214

 

[기노] 기노는 부인의 외도를 목격하고 홀로 나와 "기노"라는 바를 운영한다. 그 바의 손님, 고양이, 알 수 없는 남자, 운명, 쫒는 이, 기노라는 공간이 의미하는 건 무얼지. 고통을 고통으로 느끼지 못하는 그에게 감정을 너무 통제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아무리 텅 비었을지라도 그것은 아직까지는 나의 마음이다. 어렴풋하게나마 거기에는 사람들의 온기가 남아 있다. 몇 가지 개인적인 기억이 바닷가 말뚝에 엉킨 해초처럼 말없이 만조를 기다리고 있다. 몇 가지 감정은 베어내면 필시 붉은 피를 흘리리라. 아직은 그 마음을 영문 모를 곳으로 떠나 보내 헤매게 할 수는 없다." p268

 

[사랑하는 잠자] 카프카의 소설을 오마주한 작품. 변신의 주인공이 곤충이 인간으로 변신해 느끼는 인간이해를 이야기한다.

 

"세계 자체가 이렇게 무너져가는 판에 고장난 자물쇠 같은 걸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그걸 또 착실히 고치러 오는 사람도 있어요. 생각해보면 참 이상야릇하다니까요. 그렇죠? 하지만 뭐, 그게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의외로 그런 게 정답일 수 있어요. 설령 세계가 지금 당장 무너진다 해도, 그렇게 자잘한 일들을 꼬박꼬박 착실히 유지해가는 것으로 인간은 그럭저럭 제정신을 지켜 내는지도 모르겠어요." p308

 

[여자없는 남자들] 예전 여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그녀의 남편으로부터 연락받는 주인공. 그녀의 남편이 왜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일까? 비로소 옛 그녀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특별히 이 책이 재미있는지 왜 베스트셀러가 됐는지 아직도 이해하려는 중이다. 조금 난해하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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