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배우는데 있어 중요한 점이 바로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 관습, 역사를 함께 배우는 것이다. 인류역사의 보고인 언어는 그만큼 소통의 도구이며 사람들을 이해하는 첫 단계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늘 필요로 하지만 잘 되지 않아 스트레스 받는 언어인 영어. 요즘 세간에 불고 있는 인문학열풍을 타고 영어의 인문학 속에 빠질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영어를 인문학처럼 공부하면 안 되는지의 의문에서 비롯된 저저의 이 책은 언어를 통해 문화의 일면을 알게 되는 기쁨을 가져볼 수 있어 좋다. 저자 강준만은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경계를 넘나드는 전방위적인 저술을 지필한 바 있어, 이 책은 그런 그의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언어의 탄생서부터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의미까지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영어를 공부하다 쉬어가고 싶을 때 이 책을 읽는다면 무작정 외우는 언어가 아닌 이해하는 언어로 재미있는 언어의 습득으로 이어질거라 생각한다. 비교적 짧막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틈틈이 읽어나가도 무리없이 이해하고 재미있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음식문화, 자연, 대중*소비문화, 인간의 정신과 감정, 인간관계와 소통, 남녀관계, 정치행정언론, 기업경영과 자기계발, 학교교육, 민족과 인종 등 이렇게 열 가지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아래 세부적인 왜의 궁금증을 통해 언어의 유래를 알아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왜 ‘크래프트 맥주 열풍’이 부는 걸까?, 권투의 ‘그로기’와 럼주는 무슨 관계인가?, 커피와 카페테리아는 무슨 관계인가?, 생강(ginger)과 혁신은 무슨 관계인가?, ‘전기’와 ‘호박’은 무슨 관계인가?.... 등등. 궁금한 다양한 언어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왜?란 의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언어가 인간의 삶과 문화에 얼마나 많이 밀착되어 있는지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salad days는 무슨 뜻일까? 이는 "청년(풋내기) 시절"로, 젊음과 샐러드의 공통점이 green이라고 해서 나온 말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Antony and Cleopatra)]에 나오는 말이다. 클레오파트라는 "판단이 미숙했던 나의 젊은 시절(my salad days, when I was green in judgment)"이라고 말한다. 이제 나이 40이 다 돼 안토니우스와 연애를 하면서 21세의 나이에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와 연애를 하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한 말이다. 젊음은 미숙함을 동반하기 마련인데, 이와 관련해 green이 사용된 표현이 많다.(-19p)
slad days에 대해선 생소했지만 green에 대해선 알고 있어 그런지 이해가 금방 갈 수 있었다. 시쳇말로 소시적에 난 이러이러했다고 지난 추억의 영웅담, 성공담을 얘기할 때 주로 사용되는 영어적 표현이라는 말씀으로 이해하는 좀 빠른가?
school(학교)은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인데, 원래 뜻은 leisure(한가한 시간, 여가)다. 고대 그리스에선 한가한 시간을 가진 사람만이 학교에 갈 수 있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학생은 휴식 시간에도 학식 있는 사람들의 토론을 들으면서 휴식을 취했는데, 그런 휴식 시간을 가리켜 schole라고 한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는 school의 어원에 부합되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Leisure is the mother of philosophy(여가는 철학의 어머니다)." 그러나 여가와는 거리가 먼 학교도 있으니, 그게 바로 school of hard knocks다. school of hard knocks는 ‘역경(고난)의 학교’, 즉 ‘실사회(實社會)’로, 생활 속에서 특히 실의와 힘든 일을 통해서 얻어지는 체험을 교육의 하나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학교’와 ‘한가한 시간’은 무슨 관계인가? 262~264p)
그리스에선 한가한 사람이 학교에 갔다니 귀족층만이 교육을 받았을 듯싶다. 시간이 한가하다고 해서 다 뭔가를 배우고자 했을지, 그때도 놀고 싶어하는 학생들은 없었을까? 상상해본다. 지금의 학교에서도 좀 여유로운 학습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