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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와무라 겐키. 그는 인기 영화프로듀서로 활동하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란 첫 소설로 작가 데뷔를 했다. 드라마, 영화로 제작되는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의 간극에 서있는 나를 통해 산다는 것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가져다주는 철학소설이다.
반려동물인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너무나도 평범한 시민인 우편배달부 나. 어느 날 병원에서 뇌종양 4기 진단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 받는다. 절망적인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오니 나를 닮았지만 너무나도 쾌활한 악마와 마주하게 된다. 그 악마는 나에게 생명을 하루 연장하는 대신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세상에서 없애야 한다는 비현실적 거래를 제안 한다.
누구나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인식하고 오늘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미래의 성공과 행복을 꿈꾸며 오늘을 부지런히 살고 있는 평범한 개미들에게 죽음은 아주 먼 미래의 얘기인 듯 나와 동떨어진 얘기로 치부하며 살아가고 있다. 다만 내 주위 사람들의 죽음을 목도하거나 특별한 이슈로 내 죽음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면 비로소 생각해보게 되지만 말이다. 생명연장과 맞바꿀 세상에서 없애도 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악마는 세상에서 전화, 영화, 시계를 없애고 나의 생명을 하루씩 연장해 준다. 그러나 소중한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자 반려동물인 고양이만이 친구가 되어 연인과 친구를 찾아가게 되고, 어머니,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금요일, 악마가 세상에서 고양이를 사라지게 하겠다고 한다.
유일한 벗이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 주었던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내 삶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주인공인 나처럼 내게 소중한 것과 맞바꾼 생명연장의 의미가 과연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사회적 가치통념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 시테크, 재테크 자기계발의 채찍에 자신을 가둔 이들에게 가끔은 궤도에서 일시정지하고 자신의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는 책이다. 나의 삶이 주는 소중함,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행복이 내 삶의 큰 의미로 다가옴을 느끼게 해준다. 더불어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는 시간도...
내가 살아온 삼십 년간, 과연 정말로 소중한 일을 해왔을까? 정말로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소중한 사람에게 소중한 말을 해왔을까?
정말로 소중한 것을 뒤로 미루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눈앞의 것을 우선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온 것이다.
눈앞의 것에 쫓기면 쫓길수록 정말로 소중한 것을 할 시간은 사라져간다. 그리고 끔찍하게도 그 소중한 시간이 사라져가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시간의 흐름에서 잠깐만 멈춰서보면, 어떤 전화가 내 인생에서 더 중요한지 금방 알았을 텐데.
그리고 당장 눈앞에 닥친 본질적이지 않은 무수한 일에만 쫓겨온 결과, 인생 마지막 시점에 ‘이건 아니었는데’라며 한탄하는 것이다. -136p
"그래도 당신은 마지막 순간에 소중한 사람이나 둘도 없이 귀한 것들을 깨달았고,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알았어요. 자기가 사는 세상을 한 바퀴 돌아보고 새삼 다시 바라보는 세상은 설령 따분할 일상이었다라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어요" -19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