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때는 4월 16일 오전....
제주수학여행 학생들이 타고 있는 배가 침몰하는 내내 방송을 타고 있었다. 손을 내미는 사람들, 배안에 학생들을 끌어올리려 밧줄을 만드는 어른, 아직 아이들이 배안에 있는데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배의 모습, 마음 졸이며 눈과 귀를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던 그날. 모든 일을 멈추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때.
작년에 우리 아이들이 다녀온 제주도 수학여행 길에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데에 대해 더 무거운 마음으로 흐르는 눈물을 자꾸 훔쳐내야 했었다. 아이들을 더 많이 구출할 수 있었던 시간 내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어른들, 어떻게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배안에 갇혀 나오지 못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울분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굵직한 사고들이 수십년 지면이나 방송으로 전해져 왔건만 아직도 계속되는 안전불감증. IT첨단을 달리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안전을 걱정해야 한다는 점이 이해가 안 된다. 불가항력의 천재지변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안전을 위한 규제와 개혁 그리고 시스템이 잘 이루어졌다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시대의 어른이란 점이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하다.
[눈먼자들의 국가]는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를 바라본 12명의 작가들이 그동안 [문학동네] 계간에 게재해 온 글을 엮은 책이다. 같은 슬픔을 느끼지만 이를 통해 사회에 던지는 질문에 대해 같이 고민해야할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56p
소설가 박민규의 에세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일부 국민들이 더 이상 그 슬픈 이야기 듣고 싶지 않다고 이젠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귀를 닫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슬픔이 자신의 일상을 방해받도록 하고 싶지 않다고. 세월호 또한 망각의 늪에 가라앉히고 앞으로는 괜찮을 거라고 안위하면서...
그러나 그것이 미제의 사건이라면 언제라도 재현될 수 있는 건 아닐까?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았다!! 그건 좀 비약일지 모르지만 국가 재난시스템에 문제가 있는건 인정해야한다. 그리고 고쳐야 한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에 유족들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가 있어야함도 물론이다. 그리고 절대 이 일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도 ...
세월호 참사는 한국에서 일어난 인재의 전형인 비리로 인한 인재이다. - 125p
문학평론가 황종연 교수님의 글 중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대구 지하철, 씨랜드 수련원 참사 모두가 근무자의 개인적 과오도 사고를 키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 계속되고 있는 위법, 비리, 정권유착, 이윤추구에 희생된 윤리의식 모두가 종합선물세트처럼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인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적어도 이 참사가 다른 대형사고처럼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닌 진정한 반면교사의 일례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앞으론 절대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는 그날까지 모두가 깨어있고 감시의 눈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함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