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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계의 대부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작품은 꾸준히 찾아
읽게 되는 작가 중 하나다.
탄탄한
구성,
새로운
소재,
날카로운 문장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그의 작품들.
추리소설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던 내게 또 다른 매력을 알게 해준 작가다.
좀 더 서사적이고
일상적이고 달달한 삶의 이야기를 즐기는 독서편식에서 어쩌다 즐기는 간식 같은 존재로 찾게 된다.
이번에 그의 장편소설 [공허한 십자가]는 어떨지 기대를 안고
만났다.
아마도 한국에서 그의 고정
팬이 2만은 된다하니,
이 책 또한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까?
아~
아니 벌써
6위에 랭크된 작품이다.
찢어진 종이사이로 어둠에
둘러싸인 숲이 그려진 표지,
제목이 주는 두려움이 더욱
궁금증을 달군다.
A4반만한 사이즈 양장본으로 두꺼운 표지와 북마크할
줄이 달려있어 고급스럽게 제작된 이 책은 440여 쪽의 분량이지만 지루할 여지없이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다.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형제도에 대해 여러 가지 작가와 함께 고민하게 하는 내용이다.
반려동물의 장례식을 치르는 샐러리맨인 나카하라.
평범했던 일상에서 강도에게
사랑하는 딸을 잃는다.
아내 사요코가 잠깐 가까운
슈퍼에 갔다 오는 사이 처참하게 살해된 것이다.
딸을 잃은 부부의 슬픔은
이제 이전의 평범한 일상을 바뀌게 했다.
온통 범인이 받게 될
법정에서의 형량에만 집중했으며,
어떠한 법적 관대함 없이
범인의 사형언도가 내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며 딸에 대한 죄스런 숨을 쉬어야 했다.
항상 함께 나들이하다 그날만 무슨 일로 코앞에 찬거리를 사러 가는데 데리고 가지
않았을까?
내가 자리를 비우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건데 하는 죄스런 마음을 가진 엄마의 가슴은 얼마나 억장이 무너져 내렸을까?
흔히 ‘죽음으로
속죄한다’는 말으
하는데,
유족의 입장에서 보면
범인의 죽음은 ‘속죄’도
‘보상’도
아니다.
그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단순한 통과점에 불과하다.
더구나 그곳을
지났다고 해서 앞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자신들이 무엇을
극복하고 어디로 가야 행복해질지는 여전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통과점마저
빼앗기면 유족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형 폐지란 바로
그런 것이다.
- 190p
범인의 사형만이 그 부부에겐 딸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렇다고 딸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사형집행이 되면 그 이후
그 슬픔을 잊을 수 있을까?
범인은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죽음을 맞이할까?
그 목표를 이루었는데도 부부는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으며 돌아오지 않는 딸의 자리는 부부의 사이도
가르게 된다.
“가석방은 결국
교도소가 가득 찼다는 이유만으로 이루어지는 무책임한 행위일 뿐이다.
만약 최초의 사건에서 히루카와를 사형에 처했다면 내 딸은 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내 딸을 죽인 사람은
히루카와지만,
그를 살려서 다시
사회로 돌려보낸 것은 국가다.
즉,
내 딸은 국가에 의해
살해된 것이다.
사람을 죽인 사람은
계획적이든 아니든,
충동적이든
아니든,
또 사람을 죽일
우려가 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그런 사람을 사형에 처하지 않고 유기형을 내리는 일이 적지 않다.
대체 누가
‘이 살인범은 교도소에
몇 년만 있으면 참사람이 된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살인자를 공허한
십자가에 묶어두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징역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은 재범률이 높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갱생했느냐 안
했느냐를 완벽하게 판단할 방법이 없다면,
갱생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형벌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한다―이 판단의 최대
장점은 그 범인은 이제 누구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
212/213p
딸을 잃은지 11년만에 찾아온 형사,
이번엔 전 아내 사요코가
살해소식을 안고 왔다.
도벽증 환자를 취재하다
노인에게 살해된 전 아내 사요코.
나카하라는 그녀의
‘사형 폐지론이라는 이름의
폭력’이란 원고를 보고,
아내의 행적을 추적하게
되는데...
살인자와 그 피해자의 유족 중 누가 진정한 십자가를 짊어진 걸까?
사형만이 범인의 죄에 대한
충분한 가치가 될 수 있을까?
남겨진 가족에게 남긴
멍에는 지워질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꿈결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