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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의 즐거움 - 인문학자 김경집의 중년수업, 개정판
김경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평점 :
김경집의 에세이 [나이듦의 즐거움]를 마주하며...
나이듦이 왜 즐거운 걸까? 보통은 나이듦이란 서러움을 더 많이 내포하기도 하고 표출하기도 하는데
말이다. 저자의 이 글을 집필할때가 사십대 후반이니 지금 내가 그 연배라 손이
갔으며 더 한쪽 한쪽 읽으며 공감을 자아내게 했는지 모른다.
우선 저자 김경집은 교수이자 인문학자이며, 지금은 작가로서 길을 걷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깊이만큼은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사유의 시간을 갖게 한다. 일상의 생각을 피력한 이 글은 온기있는 감성과 겸허함이 자리한
책이다. 인생에서의 성공은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의 나를 만드는 것이란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과연 어제보다 뭐가 어떻게 달라지고 나아져야
하나?라고 반문하고 싶기도 하고 이젠 의욕이 반감되는 나이라면 청춘이 아니다. 겉모습과 달리 나의 청춘 열정과 꿈을 다시 인생 제2의 도약으로
살아보려는 의욕적 삶을 시작할 때가 지금임을 이야기 한다.
잠시 옛추억의 사진이야기도 누구랄 거 없이 같을 것이다. 아이들 자라는 사진 찍느라
정작 자신은 빠져있기에 전한 가족사진이 없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제는 커버린 자녀의 모습 속에서 세월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 당시 힘들었어도 행복했던 지난 세월들.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추억이고 행복으로 자리하나 보다.
지난 세월을 속도로 달려와 풍경을 미쳐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속도를 늦추고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나이. 깊은 이해와 아량이 자리한 나이, 어떤 길로 가는 것이 자신의 길인지 알게 된 나이. 굳이 나침반이 없어도 나이듦의
즐거움은 바로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안다는 것이고, 나아가 기꺼이 유목민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성처럼 쌓아올린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다른 사람의 말에 경청할 줄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지금. 자신의 또 다른 꿈을, 가지 않았던 또 다른 길을 위한 노력으로 즐거움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따라 상황이 반전 될 수 있음을 이제야 깨닫기에 가질 수 있는 그 나이의 특권은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이제는 안과 밖이 어긋나지 않고 밖이 안을 당기고 안이 밖을 살찌우는 당당함이 드러나야 하는
나이입니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 어찌 보면 어설픈 나이일지 모르지만 안팎이 촘촘하게 아귀가 맞아가기 시작하는 그런 나이가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남은 열정과 희망과 시도들이 쉰 못 미친 삶을 늘 푸른 소나무처럼 싱그럽게 만들겠지요. 되돌아 내려오는 산길에서 향긋한
솔잎더미를 밟으며 이미 식어 마른 땀이 시원했습니다. -P73
하지만 제 나이대로 살 수 있는 것이 축복이고 행복입니다. 자기 나이만큼의 울타리에서 싸우고 이겨내고
상처를 입으면서 또다시 도전하는 것이 자신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빌려 입은 옷처럼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고 조심스러워하는 삶이 아니라, 어떤 광고의
문구처럼, 10년이 지나도 처음같이, 1년이 지나도 10년 같이 싱싱하게 사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P103
“웅대한 꿈을 간직하고 키우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살아가면서 그것이 도달할 수 없는 신기루와 같은
것임을 깨닫고 자신의 처지에 좌절하는 것을 가르치기보다는 눈을 뜨면 자신의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작은 행복과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 P.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