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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파울로 코엘료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평점 :
어떤 나이가 지나면 우리는 자신감과 확신의 가면을 쓴다. (...) 우리는 더이상 울지 않는다. 아무도 듣지 않는 욕실에서 혼자 울 뿐. 사람들이 함부로 보고 이용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70p
나이가 든다는 것이 무엇일까? 순수함을 잃어버리는 건 언제부터였을까?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희노애락의 감정을 그때그때 거침없이 내뱉었을 때가 언제였던가?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적 지위나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지어진 평판에 대한 암묵적 규율이 옭아매고 있음을 감지한 때. 비로소 더 이상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시기가 되면 순수를 잃어버리는 나이가 된 건 아닐까?
여기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불륜]을 마주하며 드는 생각이다.
이성간의 사랑이 내가하면 아름다운 사랑이고 남이하면 더러운 불륜이 되어버리는데 그래서 그런지 제목자체가 주는 불륜의 느낌이 색깔안경을 끼게 한다. 어찌되었건 가정이 있는데 다른 이를 사랑한다는 건 그간 살아온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외로움이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어도 느껴지는 외로움. (...) 하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 외로움은, 결코 자신을 속일 수 없으면서도 행복한 척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써야만 하는 우리의 내면을 갉아먹는다. -220~221p
대부분 결혼생활에서 권태기 없다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의 안정이 찾아오면 행복을 느끼지만 이내 불행을 걱정하게 되는 건 사람의 심리일까? 반복되는 일상에서 찾아오는 외로움, 헛헛하고 밋밋한 삶의 한 부분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면서 우울감은 나도 모르게 나를 좀 먹어간다. 이를 벗어나고자 일탈을 꿈꾸는 심리적 기제에 놓인 린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사랑뿐임을 소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삼십대 신문사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린다. 부유하고 매너 있는 남편과 두 아이를 가진 행복한 가정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안락한 삶을 살고 있지만 어느 작가와의 인터뷰로 인해 자신의 행복의 의문을 가지게 되고 마음적 균열이 생기게 된다. 행복이 아닌 삶의 열정을 갈구하게 된 것이다. 그녀의 옛 남자 친구를 통해 그런 그녀의 마음상태를 해소하려 불륜을 저지르지만 충족되지 못하고 결국은 남편의 사랑으로 한층 성숙된 사람으로 돌아오게 된다.
삶의 무료함이 주는 헛헛한 외로움이 주는 일탈과 사랑의 이야기. 조금은 이해할 수 없는 동양적 사고가 이 책을 읽는내내 거부반응을 일으켰지만,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잘 그려내었다 말하고 싶다.
[네이버 북카페 한우리(http://cafe.naver.com/hanurimom)에서 지원된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