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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좋은 사람 ㅣ 마음산책 짧은 소설
정이현 지음, 백두리 그림 / 마음산책 / 2014년 4월
평점 :
정이현. 그녀을 알게 된건 [너는 모른다]를 통해서다. 그녀의 유명세에 일조를 했던 [달콤한 나의 도시]는 여전히 나의 숙제로 남아있다. 조만간 찾아 읽으려는 목록 중에 있지만 말이다. 이번 작품은 올해 나온 따끈한 책이 눈에 먼저 띄어서 먼저 펼치게 됐다.
다른 장편들과 다르게 이 책은 작은 에피소드의 모음이랄까? 작가는 short story인 단편과도 같은 짧은 11개의 이야기가 따로 또 같이 마음에 젖어 들게 한다.
[말하자면 좋은사람]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혼자의 순간에 직면한 감정의 문제를 부각시킨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이세상을 떠날 때도 혼자일 수밖에 없다. 단지 숨 쉬는 동안 주위에 스쳐지나가는 많은 인연들이 있을 뿐. 그것이 시간이 길고 짧음의 차이일 뿐일 것이다. 친구, 애인, 남편, 부모가 있다하여도 누구나 느끼는 고독의 순간. 작가는 그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렇게 글을 쓴듯하다.
‘견디다’에서는 대학4학년 취업이 힘든 이 시대 수많은 이력서를 넣지만 번번이 낙방하다 마지막에 건진 가정방문교사로의 취직. 그러나 교재를 거금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상황. 그만 두고 싶지만 자신의 여건이 그렇지 못하니 갈등은 증폭되는 심정. 누구나 이런 심정을 느껴보지 않았을까? 요즘 취업준비생들에게 더 절실히 다가올 작은 작품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본인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되면 너무 머뭇되지 말라고. 단호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폭설’ 두남녀의 다툼은 아마도 결혼하면 끝없이 이어지는 서로 다른 이견으로 계속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폭설 속에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가하면 sns의 세계에서 살아온 누군가의 아내. 현실의 자기와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아바타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갔던 아내의 모습. 현실의 무료함이나 열등감의 탈출구로 얼굴을 내보이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왔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랬을까도 생각해본다. 현실에선 남편도 그 누구다 터놓고 공감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짧지만 이야기 속에 혼자라는 여러 상황이 마음의 파편을 던져 넣는 듯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두께의 책으로 섬세한 그녀의 문장 속에 빠져 여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이럴 때 누군가 툭 어깨를 치며 “같이 가자!”고 말해주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러면 든든할까? 하지만 혼자도 나쁘지 않았다. -121p
단지 태어난 해가 똑같다는 이유로 처음 보는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는 나이. 그럴듯한 이유도 없이 급히 마신 술에 취해 자정의 대학로 골목 한 귀퉁이에서 부둥켜안고 울 수 있는 나이. 그러다 권태로워지면 어디로든 훌쩍 도망가 버릴 수 있는 나이. 누가 도망가 버렸다는 풍문을 들어도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는 나이. 무책임이 아직은 용서되는 나이. 그 스물두 살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14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