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빛나는 순간 푸른도서관 60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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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 작가로 브랜드있는 그녀 ​이금이. 다른 장르에 비해 그 층이 폭 넓지 못한 우리나라 청소년 문학에서 그녀의 이름은 귀한 가치를 가진다. 아이들이 초등시절 처음 마주했던 [너도 하늘말나리야]. 이후로 쭉~ 청소년기에 가지는 많은 고민을 함께해온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녀의 신작 [얼음이 빛나는 순간]을 마주하면서 그녀 또한 아이들의 성장에 따라 같이 성장하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도 역시 '작가의 말'을 통해 이를 피력한 바 있다. 서로 마주한 두 학생에겐 어떤 비밀이 숨겨진 것인지. 얼음이 빛나는 순간이란 어떨 때 빛을 발하는 것인지 그 뜻도 모른 채 책장을 펴든다.

같은 듯 다른 아픔을 가진 두 친구, 지오와 석주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여친 해수와의 이별로 인해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려 기차에 몸을 실은 지오, 그는 고1 기숙사에서 잠깐 룸메이트로 있던 석주의 메일을 받고 추풍령역으로 가는 중이다. 지오에겐 일종의 도피행인 것이다.

태명고 기숙사 205호 같은 방 룸메이트가 된 지오, 석주, 한결, 근석.

​지오는 엄마 그리고 동생과 함께 캐나다 조기유학을 떠나지만 실패하고 귀국한다. 이어진 부모의 불화는 그를 마음 둘 곳 없게 만든다. 모범생이며 마마보이인 석주는 좋은 성적과 명문대진학을 위해 순탄한 코스로 이곳을 선택해 오게되었으며, 한결과 근석은 어떻게 왔는지가 정확지 않지만 같은 방의 룸메이트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주말을 비워야 하는 기숙사에서  집에 가기 싫었던 석주는 우연치 않게 지오와 자전거 여행을 떠나게 된다. 처음 가는 둘의 여행은 길을 잃고 헤매다 만난 낯선 아저씨의 집인 농원에서 허기와 추억을 만들게 된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서 만나는 인연. 도시에서라면 조금은 불안했으리라.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운명적인 만남의 주인공인 은설을 처음보며 석주는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그 후 학교로 돌아온 그들은 데면데면한 사이로 지내다 지오는 학교를 자퇴하고, 석주는 여전히 모범생으로 생활하면서 고3이 되어 다시 은설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녀와의 설레는 잠깐잠깐의 시간을 가지다보니 대학 진학에 실패하게 되고, 마음을 다잡아 재수의 길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은설과 정동진 해돋이를 보러 떠난다.

 

그곳에서 둘은 서로 오해를 품은 채 냉랭하고 당황스러운 이별을 하게 된다. 그렇게 1년이 흐르고 명문대에 합격을 하지만 은설의 임신소식은 충격으로 다가선다. 결점없는 상위권 인사가 되기 위한 순탄한 코스에서 이탈한다고 해서 그들 모두가 사회적 루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뻔히 아는 어른 세대가 던지는 해결책을 석주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이들의 아픔, 상처가 비슷한 연령의 자녀를 둔 내게 더욱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며 응원하게 만든 이야기다. 스무살 성년이라 하지만 여전히 홀로서기가 쉽지 않은 아이들. 순간의 합이 인생이라는데 실패도 방황도 오로지 그들 자신들의 몫인 만큼 잘 성장하도록 지켜봐줘야 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물가에 있어 보마 깨진 얼음장이 흘러가다 반짝 하고 빛나는 순간이 있제. 돌에 걸리거나 수면이 갑자기 낮아져가 얼음장이 곧추설 땐 기라. 그때 햇빛이 반사돼가 빛나는 긴데 그 빛이 을매나 이쁜지 모린다. 얼음장이 그런 빛을 낼라 카믄 일단 깨져야 하고 돌부리나 굴곡진 길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 기라.
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지 싶다. 인생은 우연으로 시작해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 아니겄나. 사는 기 평탄할 때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 고난이 닥쳤을 때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마 그제사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기다. -304p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매순간 자기 앞에 놓인 삶을 선택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고 시행착오를 겪는다. 자기 선택으로 얻게 된 결과가 한없이 후회스럽고 지리멸렬하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다음엔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 내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이고 운명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많은 선택 앞에서 갈등하고, 도망치고, 결과에 아파하고 후회하면서 자기 앞의 생과 마주하는 지오와 석주를 통해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어릴 때부터 내 책을 읽고 자란 이십 대 독자들과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지오 같고 석주 같을 그들에게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빛나는 순간이 있으며 그 시간은 자신이 만드는 것임을 말해 주고 싶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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