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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간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3
알베르 카뮈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195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알베르 카뮈, 그의 작품이라곤 [이방인]이 처음이자 마지막 내가 읽은 작품이다. 십대의 시각에서 보았던 고전문학 [이방인]. 뜨거운 햇살 때문에 살인을 했다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 스토리의 충격으로 지금 줄거리조차 기억 저편 뿌연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하다. 이후 그의 고전이 된 작품을 다시 읽어보려 시도조차 못했었던 내가 지금에야 그의 마지막 유작인 [최초의 인간]을 통해 그를 다시 만나보려 한다. 이젠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인생의 정오의 나이이기에 두려움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고나서 본격적으로 장편소설인 이 작품 [최초의 인간] 집필을 시작했지만, 불행하게도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게 되면서 미완의 작품으로 출간조차 되지 못했던 육필 원고인 이 작품. 문학 교사 출신 카뮈의 딸에 의해 비로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다른 작품과 달리 육필원고도 같이 실리고 아직 미완의 장면 또한 그 나름의 스케치 그대로 실어 놓았다.
엄마의 부탁으로 스물아홉 살에 사망한 아버지의 묘비 앞에서 선 마흔 살이 된 아들 자크 크르므리. 자신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전사한 아버지에 대한 연민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찾아 알제리로 향하게 되지만, 그곳에서 얻게 된 아버지의 부재, 가난, 무지, 무관심 이외에 무엇도 찾을 수 없다. 그 모든 조상들이며, 역사도 전통도 재산도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없는 가난을 짊어진 사람들이 모인 곳. 그곳에서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삶을 개척해야 했던 카뮈 자신과 그의 소설 속 인물인 자크 코르므리가 최초의 인간이 된 자전적 성격을 띤 소설이다.
작가의 분신인 자크 코르므리. 그의 부모가 알제리에서 자리 잡으려 이사하던 날 탄생하게 된 그는 태어나자마자 아버지의 정도 모른 채 전쟁터에 아버지를 빼앗긴다. 전쟁을 치르는 시대인 만큼 아버지는 이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그는 끝내 생존하지 못하고 전사자로 돌아오게 된다. 이후 가정을 이끌어갈 고집스럽고 무서웠던 할머니와 장애를 지닌 외삼촌, 듣지 못하는 엄마, 그리고 위로 형과 함께 그는 가난이란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게 된다.
가난에 힘들었던 집안사정으로 인해 학교 진학보다 돈을 벌러 일터로 나가야했던 어려움 속에서도 순수하고도 천진난만했던 그의 어린 시절의 추억. 책을 좋아했던 자크는 그게 어떤 장르던 간에 무조건 독파하면서 좋아했던 그. 그런 그를 아낀 초등시절 베르베르 선생님은 중고등학교에 진학할 것을 설득하며 도움도 주게 된다.
전쟁으로 많은 것이 피폐해졌던 사람들의 생활, 그리고 무지함, 열악한 상황이 마치 6. 25 전쟁 후 우리 부모님들이 간난에 고통 받았던 삶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음이 공감하게 한다. 먹고사는 걱정이 앞섰던 그 시절 사람들의 고달팠던 시대의 아픔 말이다.
카뮈의 유년 시절들을 보는 듯해서 그를 이해하기 좋았던 작품으로 그가 살아 있었더라면 이후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었을지 살짝 맛을 보았다고나 할까? 이제 다시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볼 수 있을 듯하다. 그를 조금이나마 이해했기 때문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