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 (상) ㅣ 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4년 1월
평점 :
판매중지
언젠가 근대 한국사의 인물을 보던 중 발견한 조선 궁녀의 이야기를 접한 적 있다. 그런데 그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펼쳐낸 소설이 있다고 해서 관심이 갔다. 2006년도에 나온 책인데 지금에야 내 손에 들어온 상중하 3권의 책이다.
리심(梨心)은 19세기 말 개화기 조선의 실존 인물로 프랑스 외교관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와 사랑에 빠졌던 궁중 무희다. 초대 ․ 3대 프랑스 공사를 지낸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를 따라 1893년 5월 조선 여성 최초로 일본은 물론 프랑스 파리, 아프리카 탕헤르에 다녀온 리심. 그 시대에 일본과 중국에 유학한 학자들은 많았지만 여성으로서 세계의 견문을 넓힌 인물이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어려움이 많았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리심에 대한 기록은 2대 프랑스 공사였던 프랑뎅의 회고록 『한국에서(En Corée)』을 통해 전한다. 프랑뎅에 따르면 리심은 “유럽인의 눈으로 봐도 정말 아름다웠고”, “폭넓은 정신과 예술적 자질”을 지닌 재색을 겸비한 여인이었다고 한다. 이런 기록 발견과 더불어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다녀와서 발표한 김탁환 작가의 작품이다.
기생 월선의 딸인 리심은 야수교를 믿던 월선과 어릴 때 죽음의 문턱에서 헤어져 궁으로 들어왔다. 그곳에서 홀홀 단신으로 살기위해 열심히 춤과 의술을 배웠다. 그렇게 갈고 닦은 그녀의 타고난 예술적 자질은 초대 프랑스 공사를 축하하는 만찬에서 빛을 발하며 그의 첫 눈에 반한 여인이 된다.
서책을 사 모으는 취미를 가진 콜랭은 역관 탐언과 함께 서재를 정리할 사람으로 은근히 마음에 담은 리심을 요청하게 되고 이후 리심은 그곳에서 불어도 배우고 서책도 정리하면서 콜랭과 사랑을 키우게 된다. 얼마후 콜랭이 프랑스로 돌아가면서 그를 따라 먼 여정을 떠나게 되는 리심은 콜랭의 사랑과 동양의 문화에 심취한 이들에 배려로 프랑스의 문물을 배우며 익히게 된다. 신여성으로 거듭나면서 우리의 것을 알리기도 했지만 백인 우월주의 노예제도가 있는 시대의 유럽에서도 차별을 겪으며 유산의 고통도 겪게 된다.
고종, 명성황후, 김옥균, 홍종우, 서재필 등 굵직한 시대적 사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와 맞물린 리심의 사랑이야기는 달콤하고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아쉬움이 있다면 좀 더 여성적 섬세한 면이 부족한느낌의 로맨스라느껴지는 소설이란 점 뿐. 속도감 있는 문체와 방대한 스케일, 조사와 답사를 통한 사실을 배경으로 펼쳐낸 작가적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