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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평점 :
<달콤한 나의 도시>의 작가 정이현. 그녀의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도서관에서 발견했다. 2008년 8월부터 '인터넷교보문고'에 연재되었던 장편의 미스터리 소설 [너는 모른다] 이다. 얼마나 기쁘던지 몇몇 작품을 메모해 갔는데 이렇게 날 고스란히 기다리고 있으면 기분이 아주 좋다.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헐거워진 유대감의 마지막 노선인 혈연관계만이 간신히 이어주는 다섯 명 한 가족이 납치사건을 통해 진정한 가족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가족 개개인의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서로의 이면,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는 바쁜 현대사회 속에 느슨해져가는 서로에 대한 관심, 한 집에 살지만 각자의 문을 닫고 살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방배동의 부자동네 빌라에 사는 김상호, 그의 재혼녀인 진옥영은 대만 화교출신의 여자로 바이올린 영재인 초등학교 4학년짜리 딸 유지, 김상호가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혜성이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혜성의 친누나인 은성은 학교 앞 원룸에 기거하며 월세를 받으러 가끔 아버지 집을 찾을 뿐이다.
가족이 각자의 이유로 집을 비운 한가한 일요일 오후, 한강 다리 밑에서 발견된 알몸의 남자 변사체, 그와 얽힌 가족의 끈.
중국에서 장기밀매를 통해 돈을 벌지만 무역업으로 포장한 가장 김상호. 그래서 아이의 실종을 경찰에 알리지도 못하고 탐정에게 의뢰하게 된다. 가족에게는 비밀로 하면서... 아이가 실종되던 날, 엄마인 옥영은 친정 엄마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전 남친이자 유지의 생물학적 아빠인 밍을 만나러 대만을 갔었다. 전처의 아들 혜성은 누나 은성의 위험을 알리는 전화만 아니었어도 아이가 실종된 일요일 집을 비우지 않았다.
집이 넓을수록 가족 간의 대화가 준다는 학설이 있다. 예전 한방에 올망졸망 근근이 살아갈 때는 서로 챙겨주기도 하지만 싸우기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지나갔는데, 지금은 그런 부대낌 없이 각자의 방으로 대화없이 문을 닫아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발달된 문명의 이기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결핍에서 성공을 찾듯, 우리는 이렇게 절박함이 있어야 무언가 얻어내고 깨닫게 되나보다. 유지의 실종이 아니었다면 그들이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지. 미스터리 소설이라 긴박함, 궁금증으로 잘 읽혀질 듯 생각했던 작품이었지만 기대치는 못미쳤다. 그러나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이고 작가 정이현을 알게 되었다는 점만 만족해야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