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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슬럼버
최종훈 글 그림 / 걸리버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HUN(최종훈)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항해] [샴] [향연상자] 등 명작들을 만들어낸 작가다. 그 중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죽기 전에 꼭 봐야할 웹툰 1위로 선정될 만큼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HUN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이 작품이 영화화되면서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손현주 와 같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출간된 소설이다.
그동안 이 작품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있던 터라 웹툰으로도, 시사회로도 만난 작품이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은 어떨지 비교하며 읽을 수 있어 설레임이 더했다. 내용은 웹툰과 거의 일치했다. 다만 원작인 웹툰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소설의 대부분은 대화체로 이루어져있어 속도감 있게 술술 읽혀지긴 했다. 10대들의 인터넷소설을 읽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북한의 초엘리트 부대 소속인 주인공 원류환이 남한으로 보내진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실력에 어울리지 않게 그가 맡은 임무는 동네 바보. ‘월 1회 이상 2회 이하 1인 이상이 목격하는 상황에서 노상에 소변을 볼 것‘ 과 같은 어이없는 임무들 뿐 이였다. 최고위층 간부의 아들이자 류환 못지않은 실력자인 리해랑과, 공화국 사상 최연소 남파간첩 인 리해진 역시 가수지망생과 고등학생일 뿐이다.
그렇게 전달되는 명령도 없이 시간은 흘러만 가고 동네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상에 익숙해져 가던 중 그들로선 납득할 수 없는 임무를 받게 된다. 들개로 태어나 괴물로 길러진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 결국 간첩이 남한의 달동네 사람들과 동화되어버리는 상황,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며 벌어지는 일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타깝게 한다.
물론 소설은 한 권으로 끝나지만 만약 그들이 평범한 집에, 평범한 아이로 태어나서 계속 평범하게 살다 죽었다면 어땠을까. 그들에겐 큰 꿈일지도 모르는 현재 우리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해준 책이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소재와 재미 그리고 느낌을 가지게 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