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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꽃으로 - 유안진 산문집
유안진 지음, 김수강 사진 / 문예중앙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편지글로 자주 인용되었던 시중 하나다. 그 시절엔 좋은 시구를 코팅한 책갈피도 유행했고, 편지도 종종 오가던 때다.
지금도 생각나는 친구에 대한 시구라면,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 친구란 이래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던 시다.
그 시인의 산문집이 새로 출간되었다. [상처를 꽃으로]가 바로 그것이다. 그간 시인이 시를 쓰면서 편편히 작업한 글들을 묶어 산문집으로 내놓은 책이다. 사랑, 그이상의 사랑으로 / 거짓말로 참말하는 여유/ 엄마라는 대지는 초록에서 진초록으로 등 세가지 테마로 구성된 시와 함께 하는 에세이라 할 수 있다.
창문 앞 흐믓하게 바라보았던 모과나무가 잘려버린 뒤 작은 새도 찾지 않아 허전함과 아쉬워한 마음, 여러 편의 연가를 쓸 때 떠올렸던 사람 그 이상의 사랑, 시인이 될 수밖에 없는 숙맥이라고 말한 박목월 선생님과의 에피소드, 다보탑을 줍다란 시와 함께하는 생각하는 10원짜리의 가치, 사투리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유머러스하게 던진 시 등 소소한 일상 속에 비추어진 삶의 철학을 담담히 때론 열정으로 쏟아낸 에세이로 채워졌다.
그런가 하면 꽃과 하늘 이란 두 단어 이야기 속 우리 국민이 국어학으로써 뿐아니라 음성미학의 연구를 주장하는 한글에 대한 찬미는 그녀의 한글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한글을 디자인해 여러 건축물이나 공원에 활용하자는 제안 또한 많은 사람이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명동이나 한강, 홍대에 가면 한글디자인 활용은 찾아볼 수 없고 외국에 와있듯 영어, 일어, 중국어가 널려있는 것을 보면 여기가 어딘가 싶다. 우리의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데 간판을 보면 여기가 어딘지 씁쓸함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상처와 외로움을 힐링하는 따스한 문장들이 담긴 유안진의 에세이. 그녀의 시와 함께하여 더욱 좋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