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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평점 :
[냉정과 열정사이]로 우리에게 알려진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이번 신작은 그동안의 많은 작품 속에서 보여 주듯 그녀만의 섬세한 문체와 특유의 감성화법을 발견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 작품이다. [하느님의 보트] 그건 뭘 말하는 것일까?
이 책은 두 명의 여자이야기다. 치명적인 사랑의 광기를 가진 여자 요코. 그녀의 딸 소우코. 돌아오겠다고 돌아와 꼭 찾아내겠다고 한 그 사람을 기다리며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며 지낸 세월이 십여 년. 그 사람이 없는 장소에 익숙해 지지 않으려고 계속 낯선 곳으로 이사하는 요코. 이렇게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가지고 올라탄 하느님의 보트는 닻을 내릴 줄 모른다. 그녀에겐 딸 소우코만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다. 예쁘게 길러주신 부모님도 멀리하고 타지에서 힘을 내 살 수 있는 건 사랑하는 사람의 딸이 있어서 가능했다.
딸 소우코는 어릴 때부터 아빠와의 사랑이야기를 들으며 아빠가 언젠가는 꼭 돌아올 꺼라는 엄마의 말씀을 듣고 자란다. 그러나 차츰 성장하면서 소우코는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는 과거 속에 갇힌 엄마를 안쓰러워하면서도 자신이 가지지 못하는 익숙한 친구와 일상에 대한 아쉬움을 생각하게 된다. 분리불안의 두려움을 가진 엄마 때문에 캠핑도 못 가본 소우코. 그녀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스스로 엄마의 곁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사랑의 열병을 앓은 요코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딸 소우코가 있는데도 엄마로서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소설이니까 가능한 거다. 아이가 생기면 여자는 엄마가 되기 마련이다. 약한 여자가 아닌 강인한 엄마 말이다. 사람은 자식을 낳아봐야 어른이 된다고 했던가? 나의 자식을 보면서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하게 되고 자식이 품을 떠날 때에야 비로소 인생을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을 보면서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 소설은 과거의 사랑의 열병에 갇힌 요코와 그런 엄마와 함께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소우코의 성장일기로 두 여자가 각각의 화자로 등장하는 성장, 연애소설이라 할 수 있다.
정적이어서 어쩌면 밋밋하지만, 아름답고 섬세한 문체가 가슴에 들어온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인 한 여자의 삶. 사랑을 너무 환상적으로 포장하여 마음에 담은 것은 아닌지. 현실과의 괴리를 좁히지 못하는 엄마와 현실에 살고 싶은 소우코의 잔잔한 일상과 함께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