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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 김별아, 공감과 치유의 산행 에세이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5월
평점 :
올망졸망 아기자기한 산들, 그 크고 작은 산들이 우리 곁에 있어 일상의 지친 마음을 품어주고 달래주고 있다. 약수도 마시고 나무와 흙냄새를 맡으며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도 있고 등산장비를 갖추고 올라 시원스럽고 장엄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산들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우리나라에 태어나 산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내겐 언제나 가벼운 약수터이상은 절대 불가로 지내고 있다. 장비 갖추고 산을 오른다는 것은 전문가나 할 일이고 너무 힘든 것은 싫어서이기도 하다.
등산열풍이 불어 주말마다 산이 만원사례인걸 보면 한번 가볼까도 생각해보지만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여기 또 하나있었다. 과거에, 꽤 오랫동안 산을 힘들게 왜 오르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평지만을 고집했던 나와 같은 작가. 김별아, 그녀가 한반도의 등줄기를 가로지르는 백두대간의 남쪽 끝에서 휴전선 바로 아래까지 걸었다. 가능한 것일까? 보통은 북한산이고 청계산이고 평소 등산을 했던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그야말로 등산에 생초보가 서른아홉 번의 주말 심야 산행을 통해 마침내 백두대간의 남한 구간을 완주했다는 데에 대해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그녀는 책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란 산행에세이를 통해 그동안 백두대간 종주한 경험을 통해 산을 넘는다는 것은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듯 삶 역시 오롯이 자신의 몫임을 일깨우는 것임을 그녀의 몸으로 체득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혹자는 산을 오르는 이유를 산이 인생과 닮아있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아직 산행을 즐기지 못하는 내게는 막연히 상상만 될 뿐이지만 작가인 김별아씨의 산행에세이를 보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작가가 백두대간을 따라가는 고단한 몸만큼 단단해지는 마음을 읽혀지기 때문이다.
두려움이 설렘으로 바뀌기까지 작가의 말처럼 산에게 겸허함을, 감사함을, 행복을 갖게 해주었던 산, 그런 산이 있어 그녀는 중독처럼 다시 산행을 하는지 모른다. 백두대간 완주하기까지 엄청난 고통과 힘겨움을 이겨내고 아이와 함께 산행을 감행했다는 것이 뜻깊어 보였고, 낙오되지 않고 도전했다는 것이 부럽기만 했다. 난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을 듯 싶은데 말이다. 산행과 함께했던 작가의 가슴 속 시들과 함께 하는 에세이. 차분히 산과 삶을 생각하게 한다.
부족하고 어리석고 실수투성이인 나를 끊임없이 질책하고 멸시하고 비난했던 이는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으므로. 그래서 나는 산길을 한 걸음 한 걸음 지르밟으며 누구나 부족할 수 있다고, 인간이니까 어리석을 수밖에 없다고, 고의가 아닌 실수는 용서받을 수 있다고 되뇐다. 구름이 내 어깨를 다독인다. 바람이 내 손등을 쓸어준다. 산이 나를 이끌어 품어준다. 대단히 멋있고 훌륭하진 않지만 반성과 성찰을 할 줄 알기에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인 나와 가만히 눈을 맞춰본다. 나와 나의 소통이, 깊은 눈맞춤이 이루어지는 순간 비로소 세상과도 똑바로 마주볼 수 있을 것이다.
(/ [깊은 눈맞춤이 이루어지는 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