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사랑은 -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
황주리 지음 / 예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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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황주리의 소설을 만났다. 조금은 색다른 단편들이다. 그녀가 화가인만큼 그림과 글이 어떻게 잘 어우러지는지 볼만한 책이다. 작가는 미술시장에서 인정받는 화가이기도 하지만 다수의 산문집을 펴낸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그녀가 들려주고 보여주는 이야기는 사랑의 테마를 담고 있다.

 

다양한 9편의 사랑의 모습 그리고 삶의 풍경이 작가의 그림과 글 속에 이채롭게 펼쳐져있다. 자신의 삶 속에 들어온 다양한 인연들 속에 추억, 사랑, 상처를 껴안은 삶의 다양한 모습이 독자로 하여금 공감하게 만드는 것은 어떤 힘일지. 포괄적 사랑의 의미를 한층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다.

 

첫 번째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를 시작으로 ‘키위 새가 난다’, ‘짜장면에 관한 명상’, ‘빨간 입술’, ‘그녀의 마지막 남자’, ‘스틸라이프’, ‘네 인생의 청문회’, ‘그대와 함께 춤을’,‘나 하나의 사랑’ 이렇게 아홉가지 삶이 곧 사랑임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첫 번째, 기억을 잃어버린 조각가와 회계사의 사랑. 사랑이 인스턴트로 치부된 삶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우리의 통상적 관념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사랑을 갈구하는 그들. 여러 번의 결혼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그들이 찾는 좀 더 운명적이고 진정한 사랑의 실체. 그건 끊임없는 열정적 사랑의 추구는 아닐까싶다. 그들이 이제껏 한 사랑이 그렇다고 거짓처럼 보이진 않는다. 그 당시는 그 나름대로 사랑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도 막상 결혼이란 굴레에 들어와 느끼는 사랑은 금방 식상해진다. 이상적인 사랑이 현실의 삶 속을 관통하면서 느껴지는 괴리가 자꾸 그들을 새로운 열정과 자극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곁에 있을 때 몰랐던 간호사, 그녀의 사랑을 떠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조각가 남자. 가진 것의 소중함을 모두 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마지막 사랑인가? 간절했던 조각가 그의 사랑을 거절했던 아쉬운 사랑을 그리워하며 현실을 도피 하고픈 회계사녀, 또한 그런 마지막 사랑임을 직감할 것일까? 아마도 이야기는 시간이 흐르면 또 다시 사랑을 찾아 방황하는 그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게 된다. 끝없이 갈구하는 자극제 같은 사랑을 찾아서... 진정한 사랑이 뭔지 도무지 이해안가는 사랑을 찾아 말이다.

 

인상적이었던 다섯 번째 이야기 ‘빨간 입술’. 이혼녀가 된 초등학교 미술교사의 무서운 이웃속에서 살아남기일 것이다. 강이 보이는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그녀에게 다가온 이웃은 하나같이 몰상식하고 몰지각한 이웃들이다. 그 속에 둘러싸인 그녀가 굳굳이 이겨낼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인 신앙의 힘이었다. 내 입장이었다면 그 곳에서 견디기보다 일찌감치 안락해보이는 그곳을 포기하고 이사했을 듯싶다. 이렇게 오랜 시달림을 받기보다 상황탈출이 최선일 때는 깔끔하게 그곳을 종료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

 

이런 극적이고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을 보면서 상처로, 그리움으로, 아쉬움으로 남은 사랑을 우린 지금 가진것의 소중함도 잊은 채 끝없이 갈구하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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