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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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사전적 의미라면 보통은 걱정이 되어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좀 더 철학적으로 이 단어의 정의를 찾자면, 인간 존재의 밑바닥에 자리 잡은 허무로부터 비롯하는 위기적 의식이라 명시돼있다. 그런 ‘불안’에 대한 정치, 철학, 사회, 역사, 예술을 아우른 다양한 방법으로 ‘불안’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한 책이 출간됐다. 알랭 드 보통의 심리 철학서다.

 

알랭 드 보통은 그 불안이 생기는 원인을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해법으로는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불안이란 개념에 대해 이렇게 깊고 넓은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 책에서 ‘불안’은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에 이르지 못할 위험에 처했으며 그 결과 존중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이라 말하고 있다.

 

구형에서 신형으로 바꾸는 기간이 세계에서 가장 짧은 나라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신형제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 이로 인한 존재가치를 상승시키고 싶은 개개인들의 욕구가 아마도 그 수치로 나타났는지 모른다. 전세를 살아도 차를 굴려야 한다는 말이 있었듯, 없이 살아도 모 브랜드의 패션을 찾는 청소년, 고가의 명품 찾는 젊은이와 주부처럼 그런 것을 소유함으로써 동질감 또는 우월감을 찾거나 적어도 무시당하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 위안을 찾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것은 모두 불안감에서 오는 허세다. 사회적 성공을 목표로 한 현대사회에서 뒤쳐지기 싫은 심리일 것이다.

 

그런 알게 모르게 잠재 돼 있는 내적 불안감은 성적이 떨어질까, 직장에서의 내 자리가 위태하진 않을까? 로 이어지고.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경쟁이 과열된 우리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사회적 이목으로 바라본 내 모습 만들기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불안감은 나날이 증폭 돼가고 반비례적으로 행복지수는 떨어져가고 있다.

 

이런 불안은 사랑 받고자하는 욕망이 근저에 깔린 결과라고 알랭 드 보통은 이야기 한다. 현대에서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인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돈, 명성, 영향력 등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성공을 추구하면 할수록 불안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와 같다고 여기는 사람들'과의 비교도 한몫하고 있다. 나와 관계없는 사람의 부에 대한 질투는 없지만, 동창회에 나갔는데 그 친구가 사회적 성공을 이루면 질투하는 것. 옆집 누구는 어떻다더라하는 비교대상으로 자신의 기대치와 연결된 불안을 증폭하는 것이다. 어느 연예인의 집요한 학력논란도 이런 맥락은 아닐까?

 

불안감을 떨친다는 것은 이런 사회적 이목의 내가 아닌 내 존재가치로서의 나를 보는 안목을 가짐으로써 가능하다고 한다. 사회적 성공이 꼭 행복과 맞닿아있지 않은 것처럼 행복한 내 인생을 살기위한 나만의 가치확립만이 불안감을 멀리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방법 중 한 가지 내가 즐기는 것은 '삶의 비평'이라고 말하는 예술분야다. 음악, 회화, 만화, 등 다양한 예술을 좀 더 이해하고 사랑하는 노력이 요구되지만 말이다.

 

‘불안’에 대한 개념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통찰력 있는 그의 이야기에 빠져 든 시간이었다. 알랭 드 보통이란 천재 심리 철학자의 “불안”의 세계에 다른 이들도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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