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
김병인 지음 / 열림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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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급 진실이 담긴 빛바랜 사진 한 장, 그 속에 독일 군복을 입은 채 미군에게 생포된 한국인이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겐 크나큰 이슈일수밖에 없다. 어떻게 일제강점기 그 머나먼 곳까지 가서 더구나 독일군 군복을 입고 포로가 되었는지 그 사실만으로도 경이로운 일이다. 그러니 작가라면 거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아주 좋은 소재로 눈여겨 볼 만하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얼마 전 이 사진 한 장으로 아버지의 부정을 감동적 서사 구조로 담아낸 장편 이재익의 [아버지의 길]을 만났었다. 탄탄한 구성과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그런데 같은 소재에서 출발했지만 또 다른 상상력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어떨지 기대를 갖게 했다. 더군다나 시나리오로 만들어져 할리우드에서 콜을 받을 만큼 내용이 좋았다니 말이다. 그러나 강제규감독이 영화화하면서 이견차이로 결별이 된 작품이라니 원 시나리오를 소설화한 작가의 처녀작인 이 작품을 통해 앞으로 개봉될 영화와 비교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가슴 속 한일 국기의 상징이 드러난 속옷 위에 군복을 입고 달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를 보면서 작가가 한일 양국이 이 책을 통해 동반자로서 서로를 보기 바라는 의도가 있음을 짐작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내가 원하지 않는 전투, 과연 누구를 위해서 나는 전투를 하고 있는가? 1944년 6월 6일,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 독일병사 두 명이 숨이 끊어질 듯 뛰고 있다. 대식과 요이치다. 프랑스 해안에 독일군복을 입은 일본인과 조선인? 그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이야기는 요이치와 대식이 처음 만난 날을 회상하는 14년전 부산으로 향한다.



 

세계2차대전이 한창이던 일제 강점기 시절. 부산 무역상인의 외동아들로 무엇하나 부족함 없이 지내는 일본인 요이치와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다 가족 앞에서 처형당한 후 그 집안의 식모로 기거하게 된 엄마를 따라 들어와 살게 된 아들 대식이 주인공이다. 조센징으로 무시당하던 대식은 '달리기'를 통해 그 울분을 풀며 꿈을 갖는다.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처럼 달리기를 통해 조선인의 긍지를 드높이고 싶은 꿈. 그런 대식과 같이 ‘달리기’의 라이벌인 요이치. 이 둘은 올림픽 육상 대표팀이 되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꿈은 각기 다른 이유로 전쟁에 참여하면서 잠시 꿈을 뒤로 하게 된다.

 



전쟁에 뛰어든 그들은 본인의 의도와 달리 원하지 않지만 살기위해 전쟁을 치르고 포로생활을 견디면서 죽음을 넘나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 경험과 기나긴 시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가며 종국에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누구나 꿈을 이루면서 사는 건 아니다. 어쩌면 꿈이란 꿈꾸는 것만으로 그 사명을 다한 것일지도 모른다. 꿈이 잘려나가는 건 아프다. - 324p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잘 그려냈고, 반전의 재미도 감동도 존재한다. 깊이 있다기보다 아시아, 러시아, 유럽 등에 걸쳐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대서사시로서의 매력이 큰 작품이다.

단지, 대식이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삶의 궁핍함으로 일본인의 도움을 받게 된 대식의 가족이야기가 어딘지 모호한 느낌을 받는 건 왜일까? 한마디로 대식이가 가지는 일본에 대한 반감이유가 어설픈 느낌이 든다. 단지 신분과 빈부의 차이에서 겪는 일반적인 반감으로 축소된 듯. 나만의 느낌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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