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길 1 - 노몬한의 조선인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라디오 방송 PD이면서 작가의 길을 가고 있는 이재익. 최근 그의 현대적 소설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방송에 임하는 사람이 글까지 쓴다기에 시큰둥하게 책을 보았었는데 그건 선입견이란 걸 알았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판타지는 물론, 스포츠, 추리 소설까지 독특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로 재미와 감동을 주는 대중적 작가로서의 면모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전방위적 글쓰기가 가능한 작가 이재익의 팬이 되어 있는 지금으로선 그가 선보이는 새로운 책에 대한 기대로 신작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번에 출간된 이 책은 지난 6개월 동안 온라인서점에 연재된 그의 첫 역사소설이다. 모니터로 글을 장시간 보는 것보다 지면으로 보는 글을 선호하기에 책으로 나올 때를 기다려왔다. 사실 궁금함을 기다려 보기보다 책으로 단숨에 읽기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SBS 스페셜-노르망디의 코리안'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근현대사의 비극과 아픔을 담아낸 감동 휴머니즘 소설이다. 2차 세계대전의 승패를 좌우한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미군의 포로로 잡힌 김길수라는 이름의 조선인. 그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소설이라는 장르에 덧입혀 우리 눈앞에 생생히 그려낸 서사시인 것이다.


 

이 소설은 자유를 찾아 가족과 함께 남한으로 탈북 하는 과정에서 홀로 남게 된 어느 노인의 기억에서 시작한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신의주. 보통은 남성인 독립투사들이 처자식을 뒤로한 채 독립운동에 뛰어드는데 이와 반대로 길수의 처 월화는 자신과 아들을 버리고 독립운동에 뛰어든다. 이런 아내를 원망하지만 아들 건우와의 행복한 삶을 위해 대장간에서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길수. 그는 어느 날 생일을 맞은 아들에게 줄 선물을 가지고 일찍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강제 징병되어 아들과 작별인사도 못한 채 끌려가게 된다. 그날 좀 늦게 나왔더라면 아들과의 이별도 없었을 것을, 아니 일본장교가 된 조선인 스기타, 그 놈만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파란만장한 삶을 경험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의 인생 수레바퀴는 그리 평탄하지 않은 시작을 알렸다.


 

꼭 살아 아들에게 돌아가겠다는 일념하나로 만주대륙을 향한 열차에 강제로 태워진 길수. 그가 탄 징병열차 안에서 농사짓는 형 대신 입대한 열네 살의 어린 영수를 만나 아들처럼, 때로는 동생처럼 보살피며 서로 의지하고 지내게 된다. 그리고 이 열차에서 경성 최고의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돈을 벌기위해 온 짜즈보이 경식, 정미소에서 배달 일을 하며 큰 부자 집 딸인 명선을 사랑한 정대도 만나게 된다.


 

만주에 도착한 징병인들은 스키타의 지휘아래 매일 계속되는 폭력, 최소의 음식으로 최대의 일을 해야하는 훈련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생존을 위한 싸움. 그만 죽고 싶어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길수에게는 오로지 아들에 대한 일념하나만이 그를 일으키는 원동력이며 살 의무인 것이다. 당근과 채찍을 준다는 스키타의 제안에 따라 위안소를 찾게 되는 조선인 징병자들에게 그곳은 또 하나의 참상 그 자체였다. 조선의 여인들이 끌려와 위안부 생활로 학대받고 있었던 것이다. 총알받이로 끌려간 조선인 징병자들, 군인들의 성적 노리개가 되어야 했던 조선의 여성들. 시대적 아픔이 함께 조명하고 있다.


 

시대의 아픔을 그의 섬세한 필치로 구현한 역사소설 [아버지의 길]. 책을 덮고 나면 가슴 속 충격과 감동의 여운이 오래 남을 책으로 강추하는 바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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