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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평점 :
우리나라 굵직한 격동기를 거치는 동안 그 속에서 아파하는 서민들의 삶과 사회상을 그린 작품을 많이 쓴 작가 조정래. 그의 작품은 굵직한 대하소설[태백산맥][아리랑][한강]과 장편소설인[허수아비 춤]을 아는 정도 이지만, 이외에도 많은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온 작가다. 그가 새로운 장편인[비탈진 음지]를 내놓았다. 1973년 발표한 중편을 개작한 장편소설로 말이다.
이 작품은 산업화로 도시의 팽창이 시작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직도 다양한 이유로 성공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고 있는 서울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진입이 진행 중이라 할 수 있다. 그 권역을 수도권까지로 말이다. 그 속에 치열한 경쟁과 생존의 몸부림도 계속되고 있기에 이 소설 이야기가 그리 멀게 느껴지진 않는다. 지금도 폐지 줍는 어르신들, 하루하루 고된 일에 쪽방을 전전하는 이들이 아직도 우리 곁에 있으니 말이다.
이 작품은 도시 팽창 초기라 할 수 있는 ‘무작정 상경 1세대’의 애환을 그린 작품으로 농촌을 떠나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치열한 삶과 설움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주인공들의 삶의 애환이 걸죽하고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로 말이다. 읽는 독자로 하여금 타향살이의 설움과 힘겹고 고단한 하루하루를 더 생생히 느껴볼 수 있을 정도로 사투리가 정겹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복천 영감의 삶을 통해 바라본 그의 인생은 너무나 가혹하리만치 불행의 연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도 잃고 큰아들의 생사도 모른 채 농촌의 힘든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아이 둘과 함께 서울로 상경한 복천 영감. 도착한 서울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처음 도전한 짐꾼. 생존을 위한 텃세로 그의 지게가 박살나고 맞기까지 하고 말았다. 다음에 도전한 리어카 장사에서 허술히 도둑까지 맞게 되기까지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뭐하나 도와주는 것 없이 다리를 잃어버리게 되기까지 그에겐 정말 무서운 생존의 전쟁터가 아니었나 싶다.
서울에 처음 도착해 도움을 준 떡장사 아줌마, “카알 가아씨요. 카알 가아씨요.”하던 복천 영감의 정겨운 목소리에 반가움을 전했던 어린식모, 복권 파는 소녀 등 딱한 그들의 삶 또한 도시빈민의 실체를 대표하듯 힘겨워 보인다. 왜 삶이 힘든 사람들에게 고통과 불행이 연속되는 것인지 슬프게 다가온다.
‘칼 가는 할아버지’ 하니 울 아파트 근처에 몇 달에 한번 오는 할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연세가 있으신데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으려고 돌아다니며 칼 갈아서 용돈에 쓰신다고 하시니 이 책의 주인공과 오버랩 되는 듯 했다. 그분도 그 연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가만히 계시지 않고 무엇인가 계속 하시려고 하는 걸 보니 애잔한 부정이 느껴졌다.
시인 릴케는 '굶주리는 사람이 단 하나만 있어도 그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고 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 주위에 그런 이들이 없어질 때까지 이 땅의 비탈진 음지가 양지로 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보듬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