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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사용 설명서
전석순 지음 / 민음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철수하면 옛 국어책에서 나오는 우리나라 보편적 남자의 대표격인 이름이다. 여기서는 취직 못 하고 연애도 재간 없는 요즘 이십대의 슬픈 삶을 대표로 하고 있지만 말이다. 인간의 삶을 상품으로 풍자한 설명서. 한번쯤은 상상해 보았던 소재였는데 이렇게 소설로 만나니 호기심이 간다.
수년전 딸의 미래를 걱정하며 아이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유학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셨던 어떤 분이 떠오른다. 그분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인정받는 자녀를 기르기 위한 교육을 거론하면서 백화점과 시장 물건의 차이를 이야기 하셨다. 자녀가 바로 상품가치 있는 백화점 물건이 되어야 함을 비유하시며 이를 위한 스펙이 필요함을 말하신 것이다. 아직 한참 어린 아이를 둔 내게는 그건 좀 너무 심한 비약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책의 제목을 보니 그 부모 된 입장이 아닌 자신을 상품의 잣대로 비하시킨 것이라 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인간의 삶을 상품으로 풍자한 철수란 상품. 스물아홉의 평균 신장과 지방대졸업의 학력 그리고 사회초년병 백수로 서툴고 수줍움이 많은 남자다. 무엇이든지 조금씩 부족하고 다양한 멀티기능이 부족한 자신이 더 이상 상처 받고 싶지 않으니 이런 점을 고려해서 참고해달라는 자기소개서다. 자신을 사용하기 전 설명서를 읽고 각 모드별로 적합한지 고려해서 사용해 달라 말하고 있다. 조금씩 수정되어 개정판이 나오니 가급적 최신판 사용설명서를 활용할 것 또한 잊지 않고 당부한다.
스팀다리미가 보편화된 지금, 스팀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이 다리미로써의 기능이 부족하듯, 신입사원 선발에서도 이왕이면 다양하게 향상된 기능, 활용가치가 다양한 스펙을 갖춘 이를 뽑기에 그 대열에서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밀려나는 현실을 풍자한 이야기가 나온다. 88만원세대니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투쟁의 뉴스를 만나면서 지금 세계가 어렵고 경제가 어려워 힘든 이십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낼 만한 현실의 냉혹함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 책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자신감, 긍정적 생각, 무언가 다른 돌파구를 찾으려는 창의적 블루오션의 사고가 너무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 그건 자신에 대해 당당하지 못하기에 주위시선에 웅크리게 되고 자기 비하적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꼭 이런 학력, 경력, 다양한 멀티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을 찾지 않는 블루오션의 직종의 CEO의 꿈도 꿀 수 있지 않을까? 연애도 어떤 룰이 있는 것이 아니다. 빠르고 느리고의 진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마음이 열리느냐 소통이 되는냐의 문제가 아닐까? 이 모든 것은 경험에서 알게 되겠지만, 처음은 누구나 서툴다. 두려워 말고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계속 세상을 배워나가다 보면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직업을 찾던, 연애를 하던, 주위 가족들의 시선에서 좀 더 당당해지고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철수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