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사는 마음에게
천양희 지음 / 열림원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아직 밝지 않은 수많은 날이 있듯, 오늘은 또 우리를 속이겠지만 내일은 오지 않은 희망처럼 우리를 믿게 할 것이다. 희망을 줄 듯 말 듯 속이는 삶을 어쩌면 우리는 더 사랑해서 그 끈을 질기게 잡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끈을 내일에 묶고 마음은 내일을 살고 싶어서 말이다.” - p.167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깊은 어둠 속을 헤매어도 내일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누구든 환한 빛을 맞이할 수 있다. 마치 밤이 지나면 밝은 새벽이 찾아오듯 말이다. 내일에 대한 믿음 그것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내일의 끈을 놓지 않고 이겨낸다면, 그것은 삶의 완성도를 높여줄 가치 있는 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먼 훗날 즐겁게 후일담을 이야기하듯 말이다.




여기 천양희 시인이 들려주는 삶의 풍경을 마주하면서 드는 생각이다. 원로 시인인 천양희. 그녀의 삶이 묻어나는 여정을 따라 문학에 대한 철학, 삶의 그림이 조근조근 묻어나는 이야기가 담긴 산문집 [내일을 사는 마음에게]을 만났다.




그녀는 1965년 대학 3년 재학 중 현대문학에 등단해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박두진문학상, 공초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문학부문) 등을 두루 수상할 만큼 연륜과 문학적으로 인정받는 유명한 시인이다. 문학서적중에 시집은 많이 구입하게 되지 않아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정작 그녀의 시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 산문집을 통해 그녀의 가슴과 고통으로 낳은 시를 만나게 되니 조금은 아쉬움이 해소되고 이 책 속에 소개하고 있는 또 다른 책들을 읽고 공감해보고 싶어진다.




푸른 우산과 그 그늘이 공존하는 모래사장의 깔끔한 표지는 내일과 희망을 상징하는 우산을 들고 싶게 담았다. 300여쪽의 차분히 읽을 수 있는 그녀의 글들은 때론 감동적으로 때론 문학적 소신을 담아 속내를 여과 없이 보여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시란 함축적 의미의 언어로 삶을 노래한다. 그런 만큼 시를 쓴다는 것은 사명과 같은 책임감이 더해진 고통의 분신이라는데 사실 읽는 독자로서는 그렇게 깊이 생각지 않은 듯하다. 그런 시인의 노고로 우린 짧은 싯구 한 구절을 읊조리며 가슴 속 깊은 여운에 감흥을 얻고 있는데도 말이다.




“시인은 오직 자신의 시에 가장 큰 책임이 있고 그 책임을 다한 후에야 다른 책임도 질 수 있다. 시란 갈등 속으로 들어가서 고통의 고리를 잡는 것 이상의 것이다.” - 19p


"시를 쓰는 과정과 완성이 나에게는 괴로운 기쁨이다. 시를 쓸 때는 괴롭지만 좋은 시를 얻었을 땐 그것보다 더한 기쁨은 없기 때문이다. 그처럼 시는 나를 찢고 나온 내 분신이다. 그 분신은 나를 아프게도 믿게도 한다." - 72p



그녀에게 4세대가 함께 하는 집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부모님, 고향에 대한 향수가 담긴 절절한 마음이 가슴 가득 느껴지는 글 속에서 내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도와주기도 했고, 그녀가 언급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얼마 전 읽은 <독일인의 사랑>의 이야기 속에서는 공감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구라다 하쿠조의<사랑과 인식의 출발>은 또 다른 독서의 길을 열어주기도 한 책이다. 시와 인생이 담긴 산문집으로 그녀와 독자와의 간극을 좀 더 많이 좁힐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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