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 2010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에릭 파이 지음, 백선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프랑스 소설이지만 프랑스인이 나오지 않는 작품.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나가사키]. 일본신문 사회면에 실렸던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라 하여 당연 일본작가의 작품일 꺼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프랑스에 발표되어 대상을 거머쥔 걸까? 하고 자세히 보니 프랑스 로이터통신 기자로 활약하던 작가 에릭 파이가 취재차 일본에 머물며, 일본신문에 사건을 뒤적이다 발견한 충격적 실화를 보고 구상한 작품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표지디자인도 동양적이다. 일본풍의 미닫이문 옆에 서있는 여인이 공허한 허공을 외롭게 바라보는 배경이다.




나가사키. 그곳은 히로시마에 이어 두 번째 원폭이 있었던 곳이다. 지금 후쿠시마원전 방사능오염에 대한 문제로 시끌한 가운데 나온 소설이라 눈길이 가긴했지만 작가는 이 실화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매우 궁금했다.




쉰여섯 독신 남, 그는 자신의 집과 직장만 오가는 지극히 단조로운 생활을 한다. 아무도 그를 찾아오지 않은지 1년여, 직장동료와도 거리를 두고 그는 오롯이 외로운 독신 남의 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최근 느껴진 불안감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을 만큼 사소한 일이다. 그가 채워놓은 냉장고에서 없어진 요구르트, 먹다만 몇 리터의 음료수 외엔 귀중품도 다른 도둑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사소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감지하고부터 얼마나 오싹한 기분이 들었을까? 귀신일까? 도둑고양이일까? 아님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의 소행일까? 사람 속에 북적거리며 살았다면 몰랐을 사소한 것. 그가 고독 속에 살고 있기에 그런 미묘한 부분을 감지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주인 몰래 벽장 속에 지내야 했던 쉰여덟의 여인. 어린 시절 사고로 부모를 잃고 어려운 생활에 집도 잃고 거리를 떠돌다 추억이 간직된 집에 찾아온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추억이 간직된 집. 그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변함없이 존재하며 주인만 바뀐 집이다. 그런 집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원폭의 사건이 있었던 곳인데 그곳에 존재하는 집이 철거되거나 새 건물이 들어선 것이 아니라 40여년이 흘러도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삶의 고독을 느끼던 장년의 독신 남과 여. 그들은 집을 공유했지만 서로 부딪히지 않고 따로 1년 가까이 살았다. 그럴 수 있을까? 1년여를 서로를 의식하지 않은 채 살 수 있단 말인가? 여인의 입장에서 보면 들킬까 불안한 세월일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편안함을 느꼈을까?




잿빛세상을 살고 있는 고독한 두 남녀, 그리고 이를 서로 다르게 공유하는 원폭이 있었던 나가사키의 집. 그 속에 흐르는 동질감. 그들에게도 과연 희망의 햇살은 비춰질 수 있을까? 하며 속도감 있게 읽어낼 수 있다. 일본에 있었던 실화지만 그렇게 일본스러운 면은 없는 프랑스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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