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도둑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마크레비는 [낮]이란 소설을 통해 작년에 알게 된 프랑스 작가다. 스릴 넘치는 모험과 서스펜스에 반해 이번에 새로 나온 책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책은 그때와는 사뭇 다른 정서를 풍기는 책이다.


그림자하면 어릴 때 그림자밟기 놀이하며 놀았던 기억과 해가 어디에 있는지 낮 시간동안 변하는 그림자 길이에 대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런 그림자에 대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이야기라면 [피터팬]에서 웬디가 피터팬의 떨어진 그림자를 꿰매어 주는 이야기, [오필리아의 그림자극장]에서 도망친 그림자가 오필리아의 그림자가 되는 이야기가 인상 깊게 자리한다.


이 소설제목에서 느껴지듯 그림자를 훔칠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게 된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인 1부와 의대생이 된 2부로 나뉘어 이야기하지만 그림자를 훔치는 능력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12월에 태어나 다른 또래에 비해 작은 나는 덩치 큰 마르케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짝사랑하는 엘리자베스와 연적이 된다. 학교에서 벌을 받고 돌아온 날, 아빠는 멀리 떠나가 버리고, 이런 불행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못난 아이란 생각에 의기소침해진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그림자를 훔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나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 그림자들이 와 그림자 주인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진실을 이야기해주면서,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주고 도울 수 있는 일이다. 이후 빵집 아들 뤼크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학교 수위 이브 아저씨와도 가까운 친구가 된다.


"네가 누군가의 그림자를 뺏어올 때마다 그 사람의 인생을 비춰줄 수 있는 한줄기 빛을 찾도록 해. 그들에게 숨겨져 있던 추억의 한 부분, 그걸 찾아달라는 거야. 그게 우리가 바라는 바야." -103p (그림자가 나에게 한 말이다.)


어느 날 학교의 불로 어린 시절 추억을 잃고 정체된 슬픔으로 힘들어하는 이브 아저씨에게 엄마가 자신에게 준 조언이 담긴 편지를 복사해 불이 났던 창고 잔해 속에 묻는 미션을 실행한다. 힘들어하는 아저씨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 이후 아저씨가 학교를 그만두고 꿈을 찾아 떠나는 슬픔을 감수해야 했지만 아저씨가 희망을 발견한 것이 더욱 기뻤다. 세상 모든 엄마는 태어날 아이에게 같은 기대를 갖는다. 엄마의 편지에서처럼 말이다. 단지 앞만 보고 바쁘게 살면서 표현되지 못하고 지나쳐버리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다.


내가 나중에 행복해지는 것이 엄마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직업을 찾았으면 하는 것이 엄마의 소원이며, 내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직업이 내가 좋아하고 또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 엄마가 나에게 갖고 있는 모든 희망을 이루는 것이라는 그 문장 때문이리라. -112p (편지에 담긴 내용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엄마의 희망대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족의 사랑도 그냥 당연시하면서 가족에게 살갑게 대하지도 못했고, 어린 시절 친구, 가족의 추억을 곱씹어 본지가 언제인지.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도 자주 못하고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인생 의 긴 선상에서 잠깐 달리는 것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는 쉼표를 만들어 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남겨놓고 오는 작은 일들이 있다. 시간의 먼지 속에 박혀버린 삶의 순간들이 있다. 그걸 모르는 척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사소했던 그 일들이 하나씩 모여 사슬을 이루고, 그 사슬은 곧 당신을 과거로 이어준다. - 263p


2부에서는 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다락방에 놓고 의대에 들어가게 된다. 엄마의 병을 치료한다는 목적에서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 의대 생활을 하게 된다. 그 속에 만난 친구 소피의 어린 환자를 위해 그동안 잊었던 어린 시절 자신의 그림자 훔치는 능력을 떠올리며 치유에 힘쓰게 된다. 이를 계기로 집에도 오랜만에 찾아가게 되고 친구도 찾게 된다. 인생에서 겪게 되는 아주 사소한, 일상적인 사건과 관계들 속에서 놓치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게 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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