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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작가 박범신은 [촐라체]와 [은교]로 알게 된 작가다. 오랜 시간 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 인기작가로서 국내 처음으로 블로그에 연재로 산악소설인 [촐라체]가 인상깊었기도 했지만 그의 작품에 대한 믿음이 이 책을 펼치게 만든다.
문단 내외에서 ‘영원한 청년작가’라 불리는 그가 한국과 중국 동시에 연재한 이 책은 우리사회에 자본주의 경쟁구조에 병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문학은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안을 담아내는 일이란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런 면에서 작가 박범신은 삶의 존재의식에 대해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충실한 작가이지 않나싶다.
이제 세상의 주인은 '자본'이고, 삶의 유일한 전략은 '비즈니스'다. 사랑과 결혼조차 일종의 '비즈니스'에 불과했다. -53p
황강을 사이에 두고 꿈의 도시 신시가지와 철거되기 직전에 낙후되고 버려진 구시가지로 갈린 서해안 ㅁ시,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부유층과 빈민층으로 확연히 대조적인 삶의 형태를 보이는 배경구조를 가진다. 우리주위에 뉴타운 개발에 극과 극을 보이던 도시의 일면을 보는 듯한 배경이다.
사법고시에 실패하고 구시가지에 내려와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는 남편과 자식만큼은 자신들과 다른 삶을 살게 하고 싶은 열망으로 학원비를 마련하기위해 몸을 파는 비즈니스를 하는 주인공 나가 등장한다. 그녀의 일은 사랑이 배제된 돈 많은 남자를 만나 비즈니스로서 일을 하며 풍족한 삶을 살게 된 그녀의 친구 주리의 설득으로 시작한 것이다.
주인공 나의 경우는 좀 심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이 가정경제가 휘청 일만큼의 돈을 아이들 교육비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이다. 경쟁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상위권의 학교에 들어가 학연, 지연, 인맥을 만들어야 아이의 인생을 성공시키는 것이라 여기는 사회분위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쟁에서 내 아이가 성공하는 삶을 살기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돈과 성공이 행복의 지름길이란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아들 정우만은 성공한자의 삶을 살게 해주고파 신시가지로 학교도 보내고 돈을 벌어 학원비를 대는 주인공의 마음이 십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아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도덕적 윤리도 내던진 그 방법이, 또 이렇게 사는 삶이 진정 아이를 위한 것인가? 상위 1%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다 불행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풍족한 생활만이 행복의 잣대인 요즘세태는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더욱 부추기는 사회로 변질돼가고 있다. 돈과 사랑 중 삶의 가치를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삶의 행복지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판단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지만 말이다.
주리로부터 독립해 자신의 일을 시작하면서 곧 윤리적으로 문제도 양심의 가책도 없이 비즈니스 생활을 이어가다 '타잔'이라는 한 남자를 알게 된다. 타잔은 구시가지의 몰락과 함께 자신의 횟집도 잃어버리고 자신도 몰락해가는 인물이다. 그는 선천적인 자폐아인 여름이를 데리고 산다. 엄마가 죽은 뒤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여름이를 보면서 주인공은 아픔과 동시에 깊은 모정을 갖게 된다.
돈이 사랑을 대신할 수는 없다. 우리가 자식에게 쏟아 부은 사랑의 가치가 돈과 비례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여름이처럼 서로 마음으로 챙겨주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오가야 그것이 행복한 삶이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보다 나은 삶’에 대한 추구는 누구나가 가지는 욕망이다. 그것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도 이 시대에 삶의 행복을 유지하는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의 중심은 아닐지. 사회문제에 비판의식을 갖고 고치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지고 배려와 사랑이 존재하는 행복한 세상으로 진일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앞만보고 달려가느라 우리가 보지 못했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삶의 가치에 생각의 고리를 던져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