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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동행
미치 앨봄 지음, 이수경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평점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루게릭병으로 조금씩 죽어가는 모리교수와 제자가 나눈 대화를 통해 살아있는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미치 옐봄이 오랜만에 또 하나의 감동실화를 내놓았다.
방송인이며 칼럼니스트인 그가 내놓은 이야기는 저자와 어린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던 유대교 랍비인 렙의 추도사 의뢰를 받으며 시작된다. 그리고 우연히 들린 허름한 교회를 노숙자 쉼터로 운영하고 있는 헨리목사 이렇게 두 분과의 인연을 통해 믿음과 삶을 이야기해 나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시간의 흐름 속에 죽음을 향해 서있는 사람과 어두운 삶에서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을 통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차분히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입적하신 법정스님을 찾는 타 종교인들을 보면서 그 분의 삶과 유대교 성직자 렙은 종교와 인종은 다르지만 믿음과 삶의 방식이 닮아 있지 않나 생각하게 했다. 렙이 힌두교 여성인 간병을 받으며 힌두교를 이해하려는 태도, 또 회당 옆에 자리한 성당 신부의 무례한 행동에도 너그러이 대하는 그의 태도를 보면서 말이다. 미치는 종교의 성직자로서 어떻게 그런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믿는지 아네. 그건 내 영혼이 믿는 바이기도 하지. 하지만 난 늘 사람들한테 이렇게 말해.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믿어야 하지만, 자신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겸손하게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야 우리는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것을 믿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해.” -224p
세계 다양한 종교들이 존재하는 지금 그 성직자나 종교인들 모두가 이런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좀 더 평화로운 세상이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는 현시대에 벌어진 이라크 전쟁이나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 작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주위에 타종교 타인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목이 아마 믿음을 빌미로 벌이는 이기심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병이 깊어지는 렙을 만나면서 그의 초연한 태도로 행복한 모습을 보이는 렙을 보며 미치는 행복의 비결이 뭔지 묻는다. 랍비의 긴 이야기를 예상했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만족할 줄 아는 것.” 그는 모든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그것이 행복의 비밀이라고. 남보다 내가 더 많이 모든 것을 가지려는 욕심 때문에 우리는 그 욕심의 총량만큼 불행한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것이 중생의 마음이다.
두 성직자와 저자를 통해 믿음과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바쁜 현대인에게 쉼표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