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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죽기로 결심하다
함규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한국사에서 제일 암울하고 마주대하기 싫은 부분이 근대사다. 서구열강의 빠른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한 조선의 마지막이며 대한제국의 서막이 너무나 힘겨웠던 때다. 일본의 탐욕에 갈갈이 짖밟힌 치욕적인 역사의 한부분이고 지금도 역사를 은폐하거나 미화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일본정부를 보면서 더욱 짜증스럽기 때문이다.
그런 근대사에서 나약하게만 여겨졌던 고종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생각도 못했다. 고종 개인을 보면 애정과 연민이 느껴지지만 나라를 지켜내지 못한 원망도 함께하는 인물이다. 꺼져가는 조선을 일으키려는 그의 의지가 있었다는 것은 최근에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의병 지원 자금을 왕실에서 몰래 대고 있었다든지 헤이그에 특사를 파견하는 일을 했다는 사실에서 말이다.
그런 고종은 혼란의 시대와 가혹한 운명을 맞으며 힘든 삶을 살았다. 이런 고종의 인간적인 고뇌와 시대적 상황에 그런 결단을 내려야만 했던 그를 이해하게 하는 책이 나왔다. 정치학을 전공하였지만 역사서를 두루 섭렵한 저자가 바라본 인간적인 고뇌를 담은 고종.
열두 살 나이에 왕위에 올라 조대비와 흥선대원군의 눈치를 봐야했지만 친정에 들어서자 개혁적이었던 고종. 격변의 시대와 가혹한 운명은 자신의 생존과 국가의 안위를 위한 노력에 신경을 쓰다 보니 동학에 참여한 농민들을 외면하게 되고 주위 열강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나누어준 나라의 개발 자원과 이권은 그의 의도와는 달리 한 나라의 입에 고스란히 그냥 넣어준 셈이 되었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왕위의 자리지만 일생의 동반자이며 정치적 의견을 같이했던 명성황후. 갑신정변이 일어나자 자신을 뒤로한 채 세자내외를 데리고 피신한 그녀에게 섭섭함을 가졌던 고종. 그 후 엄상궁을 가까이 하게 된 고종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한 예다.
그런데 읽다보니 고종을 통해 근대사의 흐름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청소년들에게도 권장할 만하단 생각이다. 한 가지 의아했던 점이라면 요즘 아이들은 교과서에서 을사조약이 아니라 을사늑약으로 배우던데 지금 출간된 역사관련 이야기인 만큼 조약을 늑약이라 하던지 아님 병기해야 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조약(條約)은 국가 간의 권리와 의무를 국가 간의 합의에 따라 법적 구속을 받도록 규정하는 행위이며 늑약(勒約)은 굴레가 되는 강제로 맺은 조약이라는 뜻으로 을사조약이 일본에 의해서 강제로 맺어진 것이기에 늑약이라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