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되기 5분 전 마음이 자라는 나무 20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갓 중학생이 되어 정말 평생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다면 나에게도 그 애가 있다.

한 여름 햇볕에 심한 갈증을 느끼는 논바닥처럼 열 손가락, 발가락 모두가 쩍쩍 갈라지고 피부가 벗겨져 벌겋게 하고 다녔던 그 애. 중학교 들어가던 첫 해 우린 단발머리를 하고 몸보다 조금 큰 교복을 입고 다가와 내 짝이 되었던 그 애는 이름 모를 피부병으로 병원을 자주 다녀야 했지만 그게 전염되는 것은 아니였다. 그걸 모르는 다른 친구들은 그 아이를 피했었다. 알지도 못하면서 외모로 친구에 대한 편견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속상했던지.

당시엔 새침한 성격을 갖고 있었던 난, 키 순서에 의해 처음 그 애와 짝이 되었고, 맨 앞줄에 앉아 많이도 재잘대고 웃었었다. 그때는 어른들 말씀에 소똥이 굴러가도 까르르 웃는다고 했던가? 하굣길 방향도 같고 성격도 비슷하여 이야기가 잘 통하고 죽이 잘 맞는 친구였기에 다른 친구가 들어올 틈이 별로 없었다. 방학 때에도 그 애의 집과 우리 집을 번갈아가며 해가 지도록 놀면서 공부도 같이하고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만난 지 2년여가 된 어느 날 그 아이가 멀리 해외로 이민을 떠나게 되면서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하염없이 서로 울먹였던 기억이 난다. 멀리 떨어져도 꼭 연락하고 지내자고...... 한동안 그 친구와 공유했던 추억으로 슬픔이 너무 컸기에 마음을 추스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 책이다.

어느 날 친구들과 같이 쓴 우산을 벗어나 유카의 우산으로 뛰어들려다가 교통사고로
목발을 짚게 되면서 쌀쌀맞은 말투의 소유자가 돼버린 에미와 신장병을 앓고 있어 어릴 때부터 병원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좀 느리고 주눅이 든 유카가 줄넘기라는 도구를 통하여 친구로 다가서게 됐던 정글짐에서의 추억. 이 모두가 운명적인 만남이란 생각이 든다.

운동이나 공부 모두에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라이벌 관계인 후미와 모토가 정글짐의 꼬인 위치에서 친구로 다가서게 되는 이야기.

혼자인 것이 싫어 카멜레온처럼 무조건 주변 사람들한테 맞추며 그룹에 일원이 되고자 노력하는 호타가 왕따가 되면서 잠깐 동안 에미와 유카에게 다가온 이야기, 

학교에서의 외로움으로 심인성 시력장애가 생긴 하나.
왕따를 당하고 정신적 힘들어져서 전학 온 나시무라가 에미에게 다가서려던 이야기.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후배 후미와 모토를 시기했던 사토. 등

에미와 유카 주위에 다가와 추억이 된 주변사람들의 이야기가 2인칭 시점으로 시간을 넘나들며 소개된다. 옴니버스식의 각 이야기는 익숙지 않은 너란 시점이 좀 어색했는데 에미의 사진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에 모여든 주변 사람들과 함께 1인칭 시점이 나타나면서 뭔가 어색했던 실마리가 풀리고 나니 뭔가 시원한 느낌과 찡한 감동이 왔다.

읽으면서 좀 이해가 힘들었던 점이 있는데 일본문화를 잘 몰라서 그런지 이름을 부르는 방법이 헛갈렸다. 낯선 일본 이름들에서 어떤 때는 성을 어떤 때는 이름을 부르는 바람에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이름을 확인해야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사람 이름도 외기 힘든 아줌마라 그런가? 잘 모르지만 친한 친구가 되면 이름에 **짱 하고 부른다는 것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복슬강아지 구름’을 통한 유카와 에미의 끈끈한 우애를 느낄 수 있었던 책. 중학생인 우리아이도 요즘 친구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본문 중 친구에 대한 생각을 담은 이런 글귀가 기억에 남는다.

“나는 떨어져 있어도 쓸쓸하지 않은 상대를 진짜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192p

복슬강아지 구름이 그 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유카도 병실 천장에 에미가 그려준 복슬강아지 구름을 쳐다보며 친구를 떠올렸고,

에미도 유카를 떠올리며 그렇게 복슬강아지 구름을 찾아다녔는지 모른다.  

“내 곁을 떠나도 평생 기억되는 친구 한명이면 충분해.” - 265p
“죽을 때까지 잊고 싶지 않으니까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어.”
“그래서...... ‘모두’랑 어울릴 시간 따윈 없어.” - 266p

에미가 생각하는 친구에 대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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