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 펭귄 클래식 펭귄클래식 5
앙드레 지드 지음, 이혜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제법 가을의 찬 기운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이 때 마침 도착한 책 한 권과 따스한 커피 한 잔을 홀짝이며 의자에 앉았다. 가슴을 파고드는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읽는 내내 눈길을 돌릴 수 없이 푹 빠져들게 했다. 

학창시절에 한번 펴들었던 문학소설 [좁은 문]은 그저 큰 감흥이 없는 이야기로 다가왔는데 이번에 내 아이가 읽게 될 책으로 손에 들고 보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예전과 다른 먹먹한 기운이 가슴깊이 자리해 옴을 느낀다.

이 책의 주인공이 살았던 시대는 사촌지간에도 결혼할 수 있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읽으니 마음 편하다. 그 전에는 그 시대의 배경을 잘 몰랐던 터라 상식적으로는 이해 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알리사와 제롬의 절절한 사랑의 편지와 제롬에 대한 짝사랑으로 가슴 아파한 쥘리에트를 느낄 수 있는 편지들을 읽노라니 진정한 사랑이란 정말 무얼까 생각해보게 된다.

안타까운 사랑의 주인공들을 얘기하자면,



첫째, 어머니의 가출 후 짊어진 마음의 부담감이 있는 알리사. 동생 쥘리에트의 짝사랑으로 인한 고통, 아버지의 연로함으로 인한 보살핌, 자신에 대한 자존감 부족으로 제롬에 대한 사랑을 하나님에 의존해 숨어 지내야 했던 알리사를 보면서 왜 그래야 했냐고 이야기 하고 싶다. 사랑하는 제롬과 좀 더 솔직한 대화가 있었더라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충분히 꽃피웠을 아름다운 사랑을 왜 혼자 고통을 감내하며 안타까운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는지....... 지고지순하고 숭고한 사랑을 꿈꾸는 알리사가 하는 사랑이 고통으로 느껴진다.

둘째, 또 하나의 안타까운 사랑의 주인공 쥘리에트. 언니인 알리사와 제롬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다 제롬을 향한 짝사랑을 키우게 되지만 이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단념하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과 결혼해 행복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언니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제롬과의 마지막 만남에서 희망 없는 사랑을 가슴속에 간직한 채 살아왔음을 알게 돼서 너무 슬펐다. 누구나 하나쯤 간직하고 있을 법한 짝사랑은 정말 더 가슴 아픈 사랑이 아닐까. 

셋째, 알리사를 끔찍이 사랑하지만 그 사랑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나약한 제롬. 한 평생 한 여자만을 가슴에 품은 채 다른 여자를 사랑할 수 없는 마음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용기를 갖고 사랑을 구애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이런 안타까운 사랑의 결말은 있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사랑에 올인 하지만 나약한 제롬이 때론 터프한 면이 있었더라면 좀 더 행복해지는 사랑을 완성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처럼 스피드한 사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고전적이며 정신적인 사랑을 보면서 예나 지금이나 한 번 내뱉으면 주워 담기 힘든 말보다 한 편의 편지를 통한 사랑의 고백은 영원한 울림으로 가슴에 자리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슬픔은 둘로 나누면 덜해지고 기쁨은 둘로 나누면 커지듯이 사랑도 그렇게 예쁘고 행복한 사랑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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