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평점 :
이 책의 제목 <나의 기억을 보라>에서 <보라>는 목격하라는 뜻인 거 같다. 기억을 목격하여 목격자가 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엘리 위젤은 보스턴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다. 유대인인 그는 홀로코스트로 가족을 모두 잃었고 그 때 당시, 그는 10대였다. 전쟁이 끝난 후 생존한 그는 프랑스의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이 책은 엘리 위젤의 학생이자 조교였던 아리엘 버거가 그가 보스턴 대학교에서 했던 강의내용과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표지에는 엘리 위젤 교수님의 얼굴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책은 그에 대한 회고록이며,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아리엘 버거가 엘리 위젤 교수님을 기리는 책일 것이라고 짐짓 예상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의 나의 느낌은 엘리 위젤 교수님을 정신적 멘토로 둔 아리엘 버거의 성장 에세이인 거 같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물론 엘리 위젤 교수님의 강의에서 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했던 부분들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교수님과 강의 목록을 정하고 강의를 기록하면서 그가 배웠던 것들을 그의 삶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저자는 자신의 고민과 문제들을 엘리 위젤과 이야기하면서 해결하며 삶에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보여준다.
엘리 위젤 교수님은 단순히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로만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홀로코스트 같은 일들이 다시는 역사속에서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있는지를 수없이 생각하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를 수없이 많이 고민하신 분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게 하는 것임을 깨닫고 그것을 말과 글, 행동으로 끊임없이 실천하신 분이다. 세계에는 아직도 여전히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일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지만 우리의 대부분은 방관자로서 존재하고 그 일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들로 여기지고 있다. 엘리 위젤 교수님은 그런 일들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배워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엘리위젤 교수님은 우리가 윤리와 도덕성을 배움으로서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고, 독재와 공산주의로 목숨을 잃는 수많은 희생자들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을 배우든 한 가지는 꼭 기억해야 합니다. 배움은 여러분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지 더 못한 사람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본문 57쪽
"학생이 목격자가 되기 위해서는 도덕성을 기르는 교육을 받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본문 67쪽
"전염이 될 수 있다면 기억도 마찬가지다. 목격자의 이야기를 경청함으로써 우리 모두 목격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도 역시 목격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본문 68쪽
첫 장 <기억>은 내게 머리를 세게 맞은 거 같은 강렬함과 깨달음을 주었다. 어릴 적에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한 영화 <쉰들러리스트>와 <인생은 아름다워>를 본 적이 있다. 어린 시절에 봤지만 그 때의 감동과 여운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끔찍한 일들에 대해서 내가 무슨 일을 해야만 하고,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단편적인 생각들만 하고 끝났었던 거 같다.
엘리 위젤 교수님은 자신의 직접 겪었던 그 끔찍한 고통의 순간들을 학생들에게 배움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나누었다. 그리고 그는 기억, 다름, 믿음과 불신, 광기와 반항, 행동주의, 말과 글을 넘어서, 목격자 라는 주제를 가지고 더 깊이 생각하게 하고 작은 행동이나 말이라도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도록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했다.
대학살이라는 사건을 단순히 그 사실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인간의 모순적인 생각과 행동을 살펴보고, 사람의 여러가지 본성에 대해 토론하고 그런 끔찍한 상황속에서 가만히 있었던 하나님을 믿고 어떻게 계속 신앙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등 아주 심도깊은 토론을 진행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적인 사실인, 일제강점기의 자행된 학살도 떠올랐다. 우리 또한 배움을 통해서 사실들을 기억하고 다음 세대로 전하면서 계속 목격자가 되었던 것이다. 바로 배움을 통해서 말이다.
엘리 위젤은 자신의 말과 글로,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으로 세계에서 자행되는 대학살과 전쟁을 종료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였다. 어떤 단체를 만들어서 권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그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이 진정으로 대화를 통해서 이런 끔찍한 일들을 끝내기를 바랬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런 끔찍한 희생을 그만하도록 돕게 만들었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그의 말을 통해서 행동했다. 그런 그의 공로로 그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저 기부금 같은 것만 낼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나서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자신이 누군가를 염려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거나 그 반대거나, 주변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거나 그냥 돌아서거나, 혹은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며 어쩔 줄 몰라 하거나 작은 행동이라도 직접 나서거나....이런 모든 사소한 순간과 선택은 어떤 식으로든 세계의 운명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본문 274쪽
이 책을 참 흥미롭게 보았다. 그 이유는 아이를 키우면서 유대인들의 특별한 교육법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는데 이 책의 저자가 유대인인 만큼 유대인의 생활, 가치관, 신앙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책 중의 하나인 <나이팅게일>이라는 소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유대인 엄마를 잃은 한 아이가 자신의 엄마의 절친이 자신을 양자로 입양해서 키우고 있었는데 전쟁이 끝난 후에 한 랍비가 그녀의 집으로 찾아와서 그 아이를 유대인 친척의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자신의 아이로 키웠던 엄마는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하자, 랍비는 이렇게 말을 한다. "이번 전쟁으로 많은 유대인이 희생되었습니다. 이 아이는 유대인 가정에서 유대인으로 키워야 합니다. 아이 한 명이니 괜찮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이런 아이들이 모여서 유대인 공동체가 모여지고 문화와 신앙을 전수할 수가 있습니다." 랍비의 말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유대인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구나. 신앙과 신념 그 자체가 바로 그들이구나를 느꼈다. 교육과 일상생활이 따로 동떨어져 있는게 아니라 일상이 교육 그 자체이고 신앙 자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인간의 본성, 신앙, 증오, 다름 등 추상적인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내가 배운 것들을 학문 그자체로 놔두기 보다는 그것을 삶에 적용시켜서 사는 삶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배움과 실천.
신앙이 어떤 것인지 매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무슨 직업을 가져야 할지 고민이 되는 사람이라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삶이 좀 더 가치있는 삶이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을 하지 않는 삶에 너무 길들여져 있어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을 만나는 것이 참 중요하고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으면 좋겠다.
북튜버<책읽는 치어리더>
https://www.instagram.com/cheer_reading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