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부머리 독서법 -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교육의 모든 것
최승필 지음 / 책구루 / 2018년 5월
평점 :
공부머리 독서법 - 최승필<책구루>
“뛰어난 독서가이지만 독서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학교 공부에 의욕이 없고, 목적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로는 규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 -본문 53쪽
스티브 잡스의 초등학교 성적표의 적힌 평가이다. 그런데 초등 4학년 때 만난 담임의 배려와 관심이 잡스의 마음을 사로잡아 우등생으로 변신하였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잡스의 학습능력은 고등학교 2학년 수준으로 드러났다. ‘독서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덕분에 고등학교 2학년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는 언어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일단 아이에 대한 교육열이 높다. 그래서 아이에게 책을 많이 사주고 읽어주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 하지만 교육열이 높다보니 지식 위주의 책과 학습과 관련된 책들이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책을 많이 읽은 우리 아이들은 과연 책을 잘 읽을까?
초등학교 때는 언어능력이 다소 떨어져도 그렇게 수준 높은 언어, 이해 능력을 요구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곧잘 따라오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아이는 꾸준한 사교육으로 우등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거나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상황이 급변한다. 초등학교 때 우등생이었던 아이가 갑자기 성적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왜 그런 걸까?
저자는 왜 아이들의 성적이 하락하는지에 대해서 몇 가지 지적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올라가면 학원을 가지 않는 아이가 거의 없다. 사교육에 부족한 공부를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공부는 스스로 할 때 확실히 자기 것이 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자신이 부족한 부분만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다. 아이가 집중을 못하는 것은 교과서나 참고서가 어려워서 읽어도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것을 붙잡고 있으려니 집중이 안 되고 자꾸 움직이게 되고 왔다갔다 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닌 것이다.
<책읽는 뇌>에서 초보 독서가와 숙련된 독서가의 차이의 설명이 나온다. 초보 독서가는 책을 읽을 때 두뇌를 풀가동해서 읽기 때문에 에너지가 상당히 소모되고 힘이 든다. 반면, 숙련된 독서가의 뇌는 일부분만 활발해진다.
지식, 학습만화를 아이들이 보게 되면 지식을 습득할 수 없다. 언어, 이해 능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만화로 설명된 지식도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지식, 정보책을 읽히는 것보다는 이야기책을 많이 읽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야기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머릿속에 집을 짓는 훈련을 반복하는 것과 같다. 이야기의 등장인물과 사건, 상황들을 인지하고 기억하면서 읽으면 주요 장면과 줄거리, 인물들의 관계 같은 정보들이 하나의 집처럼 머릿속에 구축되기 때문이다. 이야기책을 많이 읽은 아이는 내용을 이해하고(교과서 독서), 자기 방식대로 개념화해서(노트 정리), 완전히 머릿속에 집어넣는다(암기). 지식의 체계가 생겨 나서 머릿속에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된다. 이야기책을 읽을 때와 교과서를 읽을 때 똑같은 메커니즘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이야기책을 많이 읽은 아이는 수학 성적도 오른다. 왜냐하면 이야기책을 읽는 것이 머릿속에(정보 체계의) 집을 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개념화를 하는데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개념화 능력이다.
나는 속독하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두꺼운 책도 1시간 안에 후르륵 읽는 능력이 유한한 시간 속에 사는 나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대체로 얇은 책은 3~4시간, 두꺼운 책은 6시간이상 걸린다.
저자는 속독은 좋지 않다고 경고한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소리 내서 읽는 속도로 읽어야만 하고 무조건 재미있는 책을 골라 읽으라고 한다. 정독으로 읽어야지만 이야기의 주요사건과 줄거리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 발생하는 생각과 감정의 덩어리가 크고 두터울수록 독서의 효과도 커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은 실로 부모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그래서 교육의 최대 강국인 핀란드로 이민가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참으로 많은 거 같다. 나 또한 아이들이 학업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경쟁하지 않는 교실에서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랐다.
핀란드의 유명한 교육철학이 무엇인지 아는가? ‘가르치지 않을 수록 더 많이 배운다.’ 핀란드로 이민을 갈 수 없다면 내가 나서서 교육의 생태를 바꾸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으면 우리 교육도 핀란드의 교육을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도 아이들에게 지식 정보책만 강요하지 말고 이야기책으로 독서의 즐거움을 찾게 함으로써 공부머리를 키울 수 있게 하는 건 어떨까?
우리 나라는 소설책이 가장 안 팔리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소설책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경영, 경제, 자기계발 책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그 이유는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서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책들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빛을 보지 못한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제일 크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이 등장하는 소설은 등한시하고 있다. 원래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시대적인 요구로 소설을 멀리 한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부모부터 소설책을 많이 보고 읽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많이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무조건 책을 많이 읽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꾸준히 이야기책을 읽게되면 공부머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저자가 진정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니었을까 싶다. 지나가는 말로 살짝 저자가 한 이야기이다.
“몸이 그렇듯 멘탈도 타고납니다. 타고난 멘탈이 어떻든 간에 중요한 것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성숙함, 생각을 활용하는 힘입니다. 왜냐하면 이 힘이 감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기 때문입니다.” -본문 215쪽
세상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건전하고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느냐다. 아무리 머리가 뛰어나서 공부를 잘해도 역경과 고난을 견디고 극복할 수 있는 멘탈을 가지고 있지 못한다면 뛰어난 머리는 쓸 수조차 없다.
이야기책을 재미있게 꾸준히 읽음으로써 자신의 삶을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자립형의 아이를 키워나가는 데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굳게 확신한다. 아이의 성적이 갑자기 떨어져서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그리고 아이가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부모들에게, 아이가 혼자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자립형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는 부모들에게 이 책을 필히 권한다.
"선영아, 사랑해"
https://blog.naver.com/imanagei/221481463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