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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니나 게오르게.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이다. 장르를 넘나드는 글을 쓰면서 각기 다른 필명을 사용한다고 한다.
오호! 대단한 자신감. 자신의 알려진 이름이 아닌 글로 인정을 받겠다는 이야기이니 멋지다.
전작 <종이약국>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런 이력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보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사람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의 영혼은 참 신비한 거 같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디든 갈 수 있다. 사고나 지병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우리는 흔히 미디어를 통해 듣거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본다. 그렇지만 코마상태의 사람들은 살지도 죽지도 않은 상태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영혼은 왜 그런 애매한 곳에서 헤매고 있을까?
이 소설은 헨리가 불의의 사고로 코마상태에 빠진 46일간의 행적을 헨리의 시점, 샘의 시점, 에디의 시점으로 그려낸다. 헨리가 사고를 당한 날이 1일로 이 소설의 시작을 의미한다. 강물에 빠진 소녀를 구하고 나오면서 그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들의 초대로 아들이 다니는 학교로 그를 보러 가는 길이었다. 사고직후, 그는 병원에 옮겨졌지만 코마상태에 빠지고 만다. 샘은 헨리의 아들이다. 샘은 일반사람들보다 감각기관들이 발달하여 일상적인 문자, 물건들도 색깔과 감정으로 다가온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낄 수 있기에 코마상태에 빠져 있는 아빠가 어디 있는지 느낌으로 알게된다. 헨리는 코마상태에서 과거를 본다. 과거를 다시 재현한다. 과거의 일이 미화되거나 왜곡되기도 한다. 어떤 것이 진짜 인지 모른다. 에디는 헨리가 진정으로 사랑했으나 떠나보내야 했던 과거의 연인이다. 에디는 다른 남자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와중에 헨리의 소식을 듣는다. 바로 2년 전에 헨리는 자신의 생명연장 의뢰서의 동의자로 그녀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에디는 2년전 그가 남긴 서류의 자신의 이름때문에 그에게 소환된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코마상태는 바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것이다. 삶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죽을 수도 없다.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기구로 코마상태를 가능한 한 많이 분석하고 연구해보려고 하지만 기계는 코마의 심해에 다다를 수 없다. 코마가 어떤 상태인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깊은 심해속에 홀로 버려져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곳에 갇혀 있는 것만 같다. 헨리에게 에디는 그녀의 체취, 향수, 흙 냄새등 다양한 냄새들을 맡겨해주고 그의 이름을 불러주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준다. 그 이야기를 헨리는 저 심해속에서 다 듣고 있다. 반응하고 싶지만 감옥같은 몸이 그를 꽉 붙들고 있어서 전혀 움직여지지 않는다.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코마상태의 환자들이 헨리처럼 그곳에서 나오려고 발버둥치려는 거라면? 그런데 의사들은 더이상의 수명연장은 불필요하다고 모든 의료기계를 떼내려고 한다면? 뭐, 지금은 가족의 동의가 없이는 절대 수명연장 의료기기를 뗄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샘은 헨리가 거기에 있음을 느낀다. 우리를 보고 있고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안다.
헨리는 코마상태가 되어서야 진정 자신이 샘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에디를 얼마나 원하고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는지를 비로소 깨닫는다.
"어떻게 내가 그럴 수 있었을까! 어떻게 내 삶을 수많은 부정과 두려움으로 그렇듯 마구 낭비할 수 있었을까? 그릇된 갈림길들에서 부정하고, 올바른 갈림길들에서 '나는 모른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내가 중요한 고비들을 인식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소설은 인물들이 서로 어떻게 알고 있는지 배경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하면서 독자가 자연스럽게 알게 만든다. 코마상태의 헨리조차도 자신의 꿈으로 과거의 일을 설명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읽게되는 흡임감 있는 소설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하지만 계속 읽어나가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삶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서 그 경계에 있는 코마상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코마에 갇힌 헨리를 통해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남겨진 사람들과 풀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용서하고 화해하는지를 보여준다.
하루는 계단 하나와 같아. 에드위나. 하루는 한 걸음에 지나지 않아. 그러면 너는 아주 긴 길도 갈 수가 있어.
나는 나 자신이 등대하고 상상한다. 헨리가 세계들 사이의 어둠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말과 추억과 노래로 이루어진 빛을 비춰주는 등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