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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도망쳤다 - 2025 서점대상 수상작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9월
평점 :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아는...
그야말로 누구나 아는 동화다.
그래서 누구나 그 속의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그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대강 알고 있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사랑하지만
그를 차마 죽이고 자신이 살 수는 없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그 사실을 모르는 왕자는
물에 빠졌던 자신을 구해 준 이가 바로 이웃나라 공주라고
굳게 믿고 그녀와 결혼해서 살아간다.
그런데 그 인어공주가 자신을 죽일 뻔 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녀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버렸다는 것도 모르는
왕자가
인어공주를 찾고 있다며
긴자 주오도리 거리 한복판에 등장한다.
왕자 복장을 한 그대로...
보행자 천국이 되는 3월의 마지막 주말 토요일.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 차량이 통제되고,
차도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보하는 그 거리에
인어를 찾는 왕자가 나에게 말을 건다면
여러분은 그 말에 진지하게 응답하게 될까요?
<인어공주>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5명의 인물들이
왕자의 등장과 얽혀 이어져 가는 이야기다.
자신보다 12살 많은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는
배우가 꿈이었던 한 청년의 이야기,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딸과 가정을 돌보는데
전념하며 살아오던 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
이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상처가 마음 한 가득
쌓인 채 미술 작품 수집에 혈안이 되어 있는 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
내향적인 성향에 글쓰기밖에 모르는 한 작가의 이야기.
사랑에 상처 입고 더 이상 마음 열기를 두려워하는
호스티스로 살아가고 있는 한 여인의 이야기.
이 5명의 인물들은 모두 왕자를 대면하고,
그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그들과의 대화로 왕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를 옹호하는 사람도, 그에게 타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각자의 생각은 다른 법이니까.
그리고 과연 왕자는 인어를 찾았을까?
조연처럼 등장하는 인물들이 감초같이 맛깔스러운 역할을 해내는 걸
보는 것도 이 이야기의 별미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인물의 설정, 심리묘사가 너무나 돋보이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