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서머스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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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활력 넘치는 이야기꾼 스티븐 킹의 솜씨는 여전하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호러를 들어내면 스티븐 킹의 이야기는 삶에 대한 통찰력으로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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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에 담긴 미술관 손 안에 담긴 시리즈 3
엘케 린다 부흐홀츠 외 지음, 엄미정 옮김 / 수막새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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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예술에 백치입니다.

미술에 관해 갖고 있는 상식은 '고호는 자기 귀를 자른 미친 화가, 피카소는 돈 많은 늙은 바람둥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재다능한 미술가' 정도의 불분명한 정보 입니다.


올해 밴드란 걸 처음 기웃거리다가, 어쩌다가 어떤 미술 밴드의 글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근데, 재밌더라구요. 중고등학교 미술, 음악 시간은 그저 괴롭기만 했는데, 그 밴드의 글들은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미술 작품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시대적, 문화적 맥락의 위에서 얘기를 하는 거였습니다.


저에게 미술 작품 자체는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세상이지만, 이야기와 서사로 엮일 때는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마, 미술 작품을 이야기 속의 삽화처럼 느끼는 거겠죠? 

그 어떤 유명한 미술가의 작품도 제가 느끼는 작품 자체의 감상은  '멋진 걸, 예쁜 걸, 화려한 걸, 멋있는 걸, 모르겠는 걸, 나도 그리겠는 걸, 낙서같은 걸...' 이 수준입니다. 변태마냥 걸걸걸만 외칠 뿐입니다.


학창시절 미술, 음악 필기 시험에 가끔 작품을 보고 느낀 점을 묻는 문제가 출제되곤 했습니다. 저는 참 당혹스러웠습니다. '느낌에 답이 어딨냐고? 느낌은 내 맘이지' 어린 마음에도 참 부당함을 느꼈습니다. 그럴 때 나는 불청객입니다.


다행히 제가 이런 도덕 시험류의 문제는 강했습니다. 4지 선다형 객관식 도덕 문제는 출제자가 원하는 게 쉽게 보입니다. 저는 출제자한테 맞춰주면 됩니다.


근데, 현실 세상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것도, 그 마음에 맞춰주는 것도 어렵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주관식 문제처럼 난해하고, 거기 맞춰주는 건 내 마음이 거부합니다. 쓰는 건 읽는 것 보다 어렵습니다. 내 마음을 남에게 쓰려고 하면 많은 오해와 벽을 느낍니다. 나는 불청객입니다.


여하튼 미술 작품 자체는 못 느껴도, 이야기로서의 미술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구입했습니다.


저같은 미치(美痴)에게는  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워낙 무식하다 보니 기초적인 용어조차 미술가의 이름인지, 미술사조의 명칭인지, 지역명인지 몰라서 허우적 거립니다. 그래도 르네상스 이후부터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서술되어서 사전적 이해는 쉬워집니다.


책의 사이즈가 작은 것도 좀 아쉽습니다. '125X170mm'의 작은 사이즈에 작품 사진과 설명이 실리다보니, 산만하기도 하고, 노안의 소유자는 읽는게 힘들기도 합니다. 더 크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러면 가격은 몇 배로 뛰겠죠?


그래도 장점이 더 큽니다.

일단 어느 페이지를 열어도 알록달록한 사진과 설명이 붙어 있어서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아무때고 불쑥 펼쳐도 눈 앞에 펼쳐지는 칼라 사진과 작은 설명들. 

접근성이 참 좋습니다.




사이즈가 작은 건 이번에는 장점입니다. '손 안에 담'고 다니기 편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대중 교통 이용시에 가방에서 꺼내 봅니다. 돋보기없이 흔들리는 버스에서 계속 읽다보면 눈은 좀 피로해집니다만, 핸드폰 볼 때 보다는 눈이 열배는 더 편한 것 같습니다.


책은 선사시대 미술품부터 '오늘날의 미술'까지 시대순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오늘날'이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저한테는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림 중심으로, 순서대로 보고 있습니다. 다 본 후에는 내킬 때 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볼 생각입니다. 



저는 이 책을 중고로 구입했는데, 저렴한 가격에 꽤 좋은 책을 구입했다는 만족감이 큽니다. 같은 시리즈로 '손 안에 담긴 건축사'라는 책도 구입했는데, 그 책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미술, 음악 같은 예술을 이야기와 서사가 아닌 작품 자체에 대한 이해와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날이 올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 날이 끝내 안 올 가능성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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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냥꾼의 죽음 클리프 제인웨이 시리즈 1
존 더닝 지음, 이원열 옮김 / 곰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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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북스카우트 바비는 1986년 6월 13일 자정에 살해되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 책은 북스카우트와 북딜러, 그리고 책 수집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미국에는 희귀도서 시장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책 수집가, 북딜러, 북스카우트. 이들이 형성하는 초판본 중심의 희귀도서 시장. 마치 골동품 시장같은. 물론 초판본은 초판본 1쇄를 의미하는 겁니다. 이 책의 저자 존 더닝 스스로가 기자 출신으로 중고, 희귀도서 서점을 운영하는 작가입니다.

책의 주인공은 형사, 권투 선수 출신으로, 책을 수집하면서 책딜러를 꿈꾸는 터프한 형사 클리포드 제인웨이. 책수집가가 복싱선수 출신의 터프한 형사라니? 왠지 어색합니다. 저는 이 설정이 터프함을 꿈꾸는 작가의 판타지라는 편견을 발휘해봅니다.

제인웨이 형사는 ‘내 집은 덴버 공공 도서관의 별관 같은 모습이었다. 방마다 벽 전체를 책이 가리고 있었다’고 하는 책 수집가입니다. 이사갈 때 마다 몇 권 되지 않는 책마저 버려가며 본의 아니게 무소유의 삶을 실천해온 저로서는 부럽기만 한 광경입니다.

우리 나라에 희귀본 도서 시장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만, 제가 십 몇년 전에 알라딘 중고마켓에서 대망 20권 전질을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한테 출판년도, 가로쓰기 여부 등등 자세한 걸 전화로 문의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에게 헐값에 판매하고는 왠지 손해본 것 같은 아쉬움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근데 그 사람이 책을 수집하는 것 같았습니다.

멕시코 마약 전쟁을 다룬 '개의 힘’이라는 소설의 경우, 절판되었던 옛 판본을 알라딘 중고에서 누군가 6만원에 팔고 있습니다. 아마 출간당시 정가의 2~3배는 될 가격입니다.
그런거 보면 우리나라도 어떤 식으로든 책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초판본과 희귀서적을 수집하는 건 아닐지라도. 준수집가? 그런 분들 제법 있지 않나요?

여하튼, 이 책은 범죄 소설입니다. 범죄 소설의 도식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건과 추적과 반전. 주인공이 증오하는 ‘재키 뉴튼’은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가 미워하는 ‘캐퍼티’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적인 자극 보다는 화자의 차분하고 분석적인 서술이 은은한 즐거움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의 진짜 재미는 책과 작가들의 이야기입니다. 익숙하거나 어색하거나 혹은 낯선 작가들. 그들의 작품에 대해 초판본 가격을 중심으로 펼쳐놓는 짧은 서술과 평가.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발끈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합니다. 한 예로 서문에 나오는 토머스 해리스에 대한 이야기는 저의 평소의 아쉬움과 비슷해서 크게 공감했습니다.

‘분노의 포도’, ‘노인과 바다’, ‘미저리’, ‘타임 투 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그리고 또 다른 책들에 대한 짧고 소소한 이야기. 그리고 상업적으로 또는 맹목적으로 그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인터넷 서점이 생기기 전의 그 옛날, 교보문고와 종로서적과 동네 서점과 혹은 중고 책방에서 느꼈던 그 감성을 추억하게 됩니다.

터프하고 거칠지만 사색적이고 분석적인 책 수집가 형사를 쫓아서 듣는 사건과 책 이야기. 그 담담하면서도 진한 즐거움. 향 짙은 커피처럼 쌉싸름하면서도 그윽한 즐거움. 게다가 커피는 일순간이지만, 이 책은 밤새도록.

이 책은 절판이고, 시리즈 전체는 5권이라는데 국내발간은 2권이 끝입니다.
2권 ‘책사냥꾼의 흔적’은 에드가 알란 포의 갈가마귀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추리소설적 구성이 더 강화되어서 극적인 재미는 2권이 더 강렬합니다. 추리소설의 때깔을 더욱 화려하게 입힌 그런 느낌?
저로서는 1권의 꺼끌꺼끌한 질감이 더 반갑습니다만.

시리즈 미발간의 아쉬움이 큽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인기가 없다는 걸 다시금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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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컨피덴셜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1
제임스 엘로이 지음, 나중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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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드보일드의 대가 제임스 엘로이의 소설로 , 동명의 영화 'LA 컨피덴셜' 의 원작 소설입니다.


제임스 엘로이를 처음 접한 사람에게 초반은 낯설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인물들의 낯설은 영어 이름들이 성으로 표현되었다가 이름으로 표시되었다가 하면서 누가 누군지 헷갈립니다. 문장은 짧고 건조해서 툭툭 끊어지고, 이야기는 복잡하고 어지럽습니다. 그러나 계속 읽다보면 금새 빠져듭니다.

수사를 사용하지 않는 짧고 건조한 글이 토막 토막 모여가면서 캐릭터는 숨을 쉬고, 이야기는 꿈틀대면서, 방대하면서도 정교하고 치밀한 플롯에 빠져들게 됩니다. 어쩌면 그건 신기할 수도 있고, 아름다울 수도 있습니다.

건조한 문장들을 씨줄 날줄로 촘촘히 엮어놓은 장대한 이야기는 대하소설을 압축해 놓은 듯하고, 그 압축은 머리속에서 차츰 풀려나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의 힘을 잃지 않습니다.

디테일은 놀랍도록 생생하고 리얼합니다. 읽다 보면 허구인줄 알면서도 실제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됩니다. 실제의 인물과 허구의 인물들이 뒤엉켜서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다양한 목격자들에 의해 증언된 꼼꼼한 기록같은 착각을 불러옵니다.

그러나 제임스 엘로이의 진정한 위대함은 캐릭터에 있습니다. 그가 만들어낸 비정하고 염세적인 느와르 세상에서 등장 인물들은 혼탁하고 다층적인 본성을 그 바닥까지 들어냅니다.

여기에 선한 인간은 없습니다. 불법과 합법을 넘나들고, 야심은 자기혐오와 섞여 있고, 정의의 이면에는 야합이 있고, 폭력은 연민과 엉켜있고, 가장 당당한 건 가장 사악한 자입니다.

주요 인물은 3명. 거칠고 폭력적인 형사 버드 화이트, 뛰어난 두뇌와 커다란 야망의 거짓 전쟁영웅 형사 에드 엑슬리 , 어두운 양심을 숨기고 쇼맨쉽에 능숙한 형사 잭 빈센즈.
이들은 그 폭력과 야심과 쇼맨쉽에도 불구하고, 위태로운 밤거리를 비틀거리는 취객처럼 불안하고, 보이지 않는 끈에 휘들리는 인형처럼 운명적입니다.

이중에서도 자꾸만 감정이입 되는 건 '여자에 대한 감상적인 애정을 갖고 있는' 버드 화이트입니다. 그는 작중 배경인 1950년대 기준으로도 난폭한 폭력 형사입니다. 여자를 학대하는 남자들에게 집착적인 폭력을 휘두르고, 창녀들에게는 감상적인 호의를 베풉니다.

제 멋대로의 짐작으로는 제임스 엘로이의 비극적인 개인사가 투영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나이 열살 때, 어머니는 강간 살해됩니다.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습니다. 그의 또다른 소설 '블랙 달리아'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고별사입니다.
'어머니, 스물아홉 해가 지난 지금에야 이 피 묻은 고별사를 바칩니다'

국내에서 출간된 제임스 엘로이의 소설은 '블랙 달리아', 'LA 컨피덴셜', '아메리칸 타블로이드' 3권 밖에 없지만, 제게는 그 주인공들이 비슷해 보입니다.
거칠고 상처받고 자기 파괴적이고, 그러면서도 끝내 놓치지 않는 자기 나름의 정의감과 사건을 향한 끝없는 집착. 어쩌면 고별사에도 불구하고 놓지 못하는, 어머니의 죽음을 향한 집착일지도 모르겠다고 저는 제 멋대로 짐작합니다.

그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 상처와 어둠과 집착에 나 또한 빠져듭니다. 같이 밝은 곳으로 나오고 싶습니다. 그들에게 박수를 쳐줄 수는 없지만, 그들을 위해 흘릴 눈물은 가득합니다.

이 소설을 이번에 4번째 읽었습니다.

매번 읽을 때마다 더 재미있고 더 빠져듭니다. 복잡한 이야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서 그런 건지, 그때마다 더 늙어 버린 나의 감성 때문인지는 나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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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
임은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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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부고발 검사' 임은정의 '10년의 기록과 다짐'을 담은 책입니다.
1부에서는 임은정 검사가 검사 게시판에 올린 글들과 그 뒷 이야기를, 2부에는 경향신문에 실었던 칼럼과 뒷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병든 검찰의 반성과 성찰과 비전, 그리고 변화에 대한 소망을 담아 위선과 죄악으로 얼룩진 검찰의 '과거와 현재'를 고발합니다. 검찰 내부자만 알 수 있는 교활함과 교묘함도 까발립니다. 저로서는 마치 범죄 조직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깨어있는 시민의 날선 감시와 비판'을 호소합니다. 

검사 선언문을 마음에 담고서, 지난한 싸움을 계속하는 내부고발자 임은정의 외로움과 두려움과 용기가, 또한 약자를 향한 연민과 정의감, '대한민국 검사'로서의 자긍심과 소명의식도 잘 드러납니다. 그것들이 내부고발자 임은정의 동력인 것 같습니다. 그 고통과 용기가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검찰 내부자로서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와 온정도 보이지만, 검찰 개혁을 꿈꾸는 검사로서의 분노와 염원과 애정이 절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치열하고 고독한 분투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검찰에 필요한 건 개혁이 아니라 해체라고 생각하지만.

해설처럼 붙어있는 뒷이야기를 읽으면서 당시 글들의 행간을 살피고, 미처 몰랐던 임은정의 풍부한 감성과 통렬하면서도 유려한 글솜씨를 보면서, (검찰에 대한 분노를 잠시 삼켜둘 수 있다면) 좋은 글을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뜬금없는 시 한 구절 떠오릅니다.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책에 '검사 선언문'도 소개되는데, 저로서는 사실 당혹스러웠습니다. 개그로 보자니 웃기지가 않고, 다큐로 보자니 엽기고. 개그 프로에서 기괴한 화장과 노출 심한 옷으로 여장을 한 남자 개그맨을 보면서 내가 대신 부끄러워지는, 그런 민망함을 느꼈습니다. 

저에게는 이 책 말고도 검찰관련 책이 3권 더 있습니다. '윤석열과 검찰개혁', '윤석열과 X파일', '조국의 시간'. 이 중에서 끝까지 읽은 책은 없습니다.
그 책들을 끝까지 읽기에는 저는 너무 성마르고 옹졸합니다. 전부 분노와 아픔으로 중간에 덮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임은정의 분투가 나의 분노와 아픔을 위로해주나 봅니다.

내부고발자의 10년, 임은정은 '천 번의 헛된 시도에 천한 번의 용기로 맞서'는 싸움을 계속합니다. 그 싸움을 보면서 나는 놀랍고 부끄럽지만 용기를 얻습니다.
부끄러움은 담아두고 임은정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예전에 이명박을 무혐의 처리한 BBK 검사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천하에 이름을 떨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걸 검찰과 국정원의 '권력투쟁'으로 의심했죠.

검찰 개혁 또는 '검찰 바로 세우기'가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던 지난 시절,
그 BBK 검사가 검찰총장 지명되었을때 저는 임은정 검사는 어떻게 쓰이나 지켜 보았습니다. 불가근 불가원.
"BBK 검사를 총장시킬 만용은 있어도,
임은정 검사를 중용할 용기는 없구나"

BBK 검사의 청문회 위증을 뉴스타파가 지적한 후, 뉴스타파가 이른바 민주시민들에게 난도질 당할 때 저는 소액 후원 회원이었습니다.
"위증한 BBK 검사를 비호할 절박함은 있어도,
진실보도한 뉴스타파를 응원할 담대함은 없구나"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세상은 변했고, 정권은 바뀌었고,
임은정 검사는 계속 가보겠다고 합니다.
그에게서 위안과 용기를 얻습니다.
그 등을 떠밀며 용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당신의 걸음이 눈덮인 들판에 발자욱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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