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
임은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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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부고발 검사' 임은정의 '10년의 기록과 다짐'을 담은 책입니다.
1부에서는 임은정 검사가 검사 게시판에 올린 글들과 그 뒷 이야기를, 2부에는 경향신문에 실었던 칼럼과 뒷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병든 검찰의 반성과 성찰과 비전, 그리고 변화에 대한 소망을 담아 위선과 죄악으로 얼룩진 검찰의 '과거와 현재'를 고발합니다. 검찰 내부자만 알 수 있는 교활함과 교묘함도 까발립니다. 저로서는 마치 범죄 조직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깨어있는 시민의 날선 감시와 비판'을 호소합니다. 

검사 선언문을 마음에 담고서, 지난한 싸움을 계속하는 내부고발자 임은정의 외로움과 두려움과 용기가, 또한 약자를 향한 연민과 정의감, '대한민국 검사'로서의 자긍심과 소명의식도 잘 드러납니다. 그것들이 내부고발자 임은정의 동력인 것 같습니다. 그 고통과 용기가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검찰 내부자로서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와 온정도 보이지만, 검찰 개혁을 꿈꾸는 검사로서의 분노와 염원과 애정이 절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치열하고 고독한 분투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검찰에 필요한 건 개혁이 아니라 해체라고 생각하지만.

해설처럼 붙어있는 뒷이야기를 읽으면서 당시 글들의 행간을 살피고, 미처 몰랐던 임은정의 풍부한 감성과 통렬하면서도 유려한 글솜씨를 보면서, (검찰에 대한 분노를 잠시 삼켜둘 수 있다면) 좋은 글을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뜬금없는 시 한 구절 떠오릅니다.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책에 '검사 선언문'도 소개되는데, 저로서는 사실 당혹스러웠습니다. 개그로 보자니 웃기지가 않고, 다큐로 보자니 엽기고. 개그 프로에서 기괴한 화장과 노출 심한 옷으로 여장을 한 남자 개그맨을 보면서 내가 대신 부끄러워지는, 그런 민망함을 느꼈습니다. 

저에게는 이 책 말고도 검찰관련 책이 3권 더 있습니다. '윤석열과 검찰개혁', '윤석열과 X파일', '조국의 시간'. 이 중에서 끝까지 읽은 책은 없습니다.
그 책들을 끝까지 읽기에는 저는 너무 성마르고 옹졸합니다. 전부 분노와 아픔으로 중간에 덮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임은정의 분투가 나의 분노와 아픔을 위로해주나 봅니다.

내부고발자의 10년, 임은정은 '천 번의 헛된 시도에 천한 번의 용기로 맞서'는 싸움을 계속합니다. 그 싸움을 보면서 나는 놀랍고 부끄럽지만 용기를 얻습니다.
부끄러움은 담아두고 임은정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예전에 이명박을 무혐의 처리한 BBK 검사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천하에 이름을 떨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걸 검찰과 국정원의 '권력투쟁'으로 의심했죠.

검찰 개혁 또는 '검찰 바로 세우기'가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던 지난 시절,
그 BBK 검사가 검찰총장 지명되었을때 저는 임은정 검사는 어떻게 쓰이나 지켜 보았습니다. 불가근 불가원.
"BBK 검사를 총장시킬 만용은 있어도,
임은정 검사를 중용할 용기는 없구나"

BBK 검사의 청문회 위증을 뉴스타파가 지적한 후, 뉴스타파가 이른바 민주시민들에게 난도질 당할 때 저는 소액 후원 회원이었습니다.
"위증한 BBK 검사를 비호할 절박함은 있어도,
진실보도한 뉴스타파를 응원할 담대함은 없구나"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세상은 변했고, 정권은 바뀌었고,
임은정 검사는 계속 가보겠다고 합니다.
그에게서 위안과 용기를 얻습니다.
그 등을 떠밀며 용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당신의 걸음이 눈덮인 들판에 발자욱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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