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길고 투쟁은 진행 중 - 운동 좀 하던 할머니들의 현재진행형 인생 이야기
변정정희 지음 / 현암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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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참고 인내하던 시대. 남성과 사회는 여성을 어떻게 다루었는가. “인생은 길고 투쟁은 진행 중”/도서 제공 현암사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인천 성냥공장 시위부터 시작되었던 여성 투쟁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난한 집을 위해 십대도 되기 전에 신분증을 빌려 공장에서 일하던 소녀들은 지금은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기르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 삼중고를 겪으며 살아갑니다. 그때보다 지금이 나아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하는 사람을 천대하는 사회적분위기는 대학에서 청소인력을 무시하게 가르치고, 노인을 돌보는 사람들을 하대하며, 경비인력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도 빼앗습니다. 모두 현재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러지 말라는 말은 소용없습니다. 나라가 정한 기준임금이 적고, 생계가 간절한 사람들만 일하게 되고, 그들의 몫을 더 빼앗는 부동산 상승은 아무도 막지 않습니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서로를 향한 믿음으로 400여 명의 여성이 한 번에 작업복을 벗었다. 하지만 경찰은 맨 몸의 여성들을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며 연행해 갔다. 빈자리에는 작업복과 모자, 머리핀, 운동화만 남았다.”

 

“하지만 사회는 젊은 여성들의 몸을 보며 ‘나체 시위’라는 자극적인 이름을 붙였다. 그날 여성 노동자들이 벗어 던진 것은 옷이 아니라 자신들을 부리던 회사의 ‘작업복’이었고, 고작 기집애라고 얕잡아 보는 남성들의 ‘시선’이 아니었을까.”

 

최근 정치권에서 문제가 된 사건도 있습니다. ‘상위 간부들이 특정 여성을 지정해서 같은 방에서 숙박하는’것이 관례였다니... 21세기 한국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투쟁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여성을 쓰고 버리는 일을, 노동자를 쓰고 버리는 일을 한국 사회가 멈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50대였다. 부르는 곳이 많지 않았다. 애써 찾아간 곳들은 시간제 아르바이트 일자리 뿐 이었다.”

 

“수자는 노동에 대해 배운 적이 없었다. 고용노동부의 이름을 매번 틀리게 말할 만큼 뭐 하는 곳인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스스로 노동자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여성을 노동자와 엄마로 이중으로 착취하는 한국 사회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오랜만에 독서모임 잡고 함께 토론하고 싶은 책을 만나 좋은 시간이었다고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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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집 - 재일 이주 여성의 자리를 엮다
조경희 지음 / 사계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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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머물 곳을 만들어온 여성의 여정. “낯선 집”/도서 제공 사계절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안전한 장소home은 누구에게 주어지고 있는가. 코로나 시절 이야기를 되짚어보면 우리나라는 결코 안전하지도, 열려 있지도, 포용적이지도 않습니다. 소속과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은 디아스포라에게 한국 사회는 언제나 낯선 집입니다. 이 책은 그 낯선 집을 안전한 장소home으로 만들기 위해 관계를 엮어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북친들과 함께 읽으면서 home에 대해 각자의 정의가 다른 것에도 흥미로웠지만 한국에 사는 디아스포라 (재외동포. 이주민. 난민)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배타적인지 알게 되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그러면 안 되는 것 같은데 말이죠.

 

“20대의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세 배 높았으며, 특히 20대 여성의 반대율이 도드라졌다. 보통 소수자 인권에 공감하는 비율이 높은 20대여성들에게서 유독 난민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분출된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사라 패리스Sara R. Farris는 서구 국가에서 여성의 권리 보호를 명분으로 반이슬람 담론이 확산되는 현상을 페모내셔널리즘femonationalism 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한다.”

 

일본의 ‘한류’와 ‘페미니즘’의 역학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은 “혐한”과 “여성혐오”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가 꼭 읽어야 할 부분입니다. 일본에서 2차 한류 붐 시기 생겨났던“한류에 미친 아줌마들”이라는 표현,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여자 아이돌이 공격받았던 사건같은 일련의 흐름은 결국 앞으로 여성이 돌봄에 인생을 소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남성들의 위기의식이 낳은 결과물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은 그럼에도 생존하기 위해, 가족을 먹이고 입히고 키우기 위해, 낯선 곳을 집으로 만드는 여성들의 여정을 보여주는 책이었다고 적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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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 박화성과 박서련의 ㅣ 소설, 잇다 6
박화성.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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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어 생각은 다음 세대를 통해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납니다. 소설 잇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도서제공 작가정신에서 보내주셨습니다.

 

1932년 발표된 박하성의 소설 ‘하수도 공사’와 2026년의 박서련의 소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를 하나에 담은 소설집입니다. 그 외에 박하성작가의 홍수 전후, 호박, 박서련작가의 에세이‘총화’가 함께 실려 있는데 표제작을 제외하면 저는 총화가 좋았다고 적어둡니다.

 

하수도 공사의 남자 주인공의 대사가 이 책의 제목이 되었고 두 편의 소설모두 상황이 여성과 연애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야기입니다. ‘정세’와 ‘대의’ 그리고 더 큰 의미에서 ‘사회’. 저는 전통이 여성에게 강요하는 것까지 이 소설이 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세에 여자가 육아를 전담하는 것, 제사상 차례 상을 차리는 것이 합당할까요?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을 하는 현대여성에게 성별로 의무가 지어진다는 것은 정세에,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거든요.

 

“우리는 정세에 합당한 연애를 하고 있어요. 정세에 합하지 않는 연애 같은 건 세상에 없어요. 아마도 용희는 동권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었을 거예요.”

 

제가 총화가 좋았던 이유는 이혼 후에, 그가 나와는 다른 사람과 아이를 낳았음에도 이렇게 말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D를 사랑하는 무수한 이유들을 나는 나의 기쁨으로 환원할 수 있었다.”

 

좋았던 사람은 좋았던 대로 기억 속에 내버려두는 것. 그게 지금 시대에 맞는, 정세에 합당한 태도라고 생각하거든요.

 

“그와 나에게는 피차 미안해할 것이 더는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내게는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쓸 수 없었을 이야기가 있다. 그것이 그의 머리카락 한 올조차 안 나오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중 하나를 여기에 두었다. 건강하기를.”

 

이 소설들의 문장이 예뻐서 좋았고, 그게 아니라도 그냥 지금 읽기에 좋았다고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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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어휘 일력 365 (스프링) -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이은경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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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글자 배우고 한 번씩 복습하면 어느새 일년. “한자어휘일력365”/서교책방에서 보내주셨습니다.

 

뜻풀이에 멈추지 않고 활용과 예문까지 있어 눈에 쏙 들어오는 구성의 한자일력입니다. 열두 달 주제별 분류에 난이도별 구성이라 습관만 잡히면 900자 중에 절반 정도는 쉽게 학습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사용하지만 의외의 뜻을 가진 한자들도 있었는데요.

 

제가 픽한 한자

 

“위엄 위威”

도끼술+여자여의 합자라 “무기를 들고 엄격하게 집안의 질서를 잡는 여성의 위엄”이라는 뜻입니다. 위엄의 위가 여성이었다니 신기하죠?

 

“돌이킬 반反”

반전과 반영이 같은 글자를 사용하는 단어! 부정적인 뜻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돌이켜본다는 뜻도 있었습니다. ‘빛이나 의견을 되비추어 냄’이니까. 반대라는 의미보다는 검토하다에 가까운 의미가 더 큰거죠.

 

“다르실 치治”

치료에 사용하는 글자라고 생각했는데 정치, 치료, 치안 모두 같은 한자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물수+나이의 조합이라 물로 나를 닦아 세상을 깨끗하게 다스린다라는 뜻인데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름에 붙는 한자를 제대로 알고 있는 건가? 싶었고요.

 

매일 약간의 시간을 들여 한자를 짚어보는 일을 하니까 아침 업무 전에 분위기 환기도 되고 좋더라고요. 예문을 착한 문장들을 참 잘 고르셨구나 하고 봤더니 슬기로운 초등생활의 이은경쌤! 저자분도 굉장한 분이더라고요. 일력스타일이라 워크북으로도 나오겠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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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흔들리는 제국의 초상
이정민 지음 / 사이드웨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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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엔 우리에게 너무 큰 영향을 주는 “미국은 어떻게 무너지는가”/도서제공 사이드웨이에서 보내주셨습니다.

 

“달라진 미국은 동맹에 점점 더 가혹한 나라가 될 것이다. 오래도록 한미 동맹에 안보를 의존해 왔고, 막대한 무역 물량을 기대고 있는 한국엔 자칫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심각한 변화다.”

 

“미국이 잘하는 분야에서 보조를 맞추는 것만으로는 대체 가능한 파트너에 머무를 뿐이다. 반면 미국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취약한 지점을 한국이 채운다면, 한국은 ‘있으면 좋은 나라’가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나라’가 된다. 병목을 잡는 나라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

 

프롤로그에서 문제제기로 시작해 에필로그에서 해법으로 끝나는 이 책은 선진국, 사대주의에 가려진 눈으로 본 이상향의 미국을 걷어내고 가난하고, 못 배우고, 불만으로 가득 찬 중산층조차 붕괴된 미국의 국민들이 자국이기주의를 위해 선택한 ‘트럼프’라는 결과를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핸들링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그런 사람이 되어서 미국이 변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상황이 그동안 꾸준히 악화되어왔고, 이제 중국조차 쉽게 이길 수 없다는 불안과 패배감을 관세, 법률, 이민을 내세워 버텨내고 있는 중인 미국의 현실을 조망합니다.

 

믿어서도 안 되고 믿어서도 안 되는 존재로 전락한 미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준 미국의 뒷심 없음. 고율관세 정책이 보여주는 미국의 재정위기. 지금은 미국이 해내지 못하는 영역을 통해 그들의 결정에 흔들리는 파트너가 아닌, 지배적 권리를 가진 존재가 될 기회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책입니다. 미국을 떼어놓고 우리나라가 독자 생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부터 쉽게 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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