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자아를 가진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선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도서제공 사계절에서 보내주셨습니다.이 소설은 처음으로 등교를 ‘혼자’하게 된 주인공이 죽은 사람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들뜬 목소리로 기쁜 소식’을 전하고 ‘책상이 이렇게 낮았었나!’ 자신의 성장을 뿌듯해하지만 이전에 ‘거짓말 하는 순간을 현장에서 딱 들켰기 때문’에 선생님은 그를 신뢰하지 않죠. 이야기를 전해들은 아버지는 ‘좋은 죽음이지, 아침에 꽃을 따다가 죽었으니까.’라고 냉소적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냉소적인 시각이 어디서 왔는지 잘 알려주는 장면입니다. ‘천오백 명의 정신적 육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사이에서 자라난 주인공은 ‘개Hund를 쓸 때 H를 다른 글자보다 낮게 써야 할까, 높게 써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첫 글자를 높게 쓰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굉장히 재밌습니다. 세상을 낱낱이 분해해 판단하는 주인공이 사회와 규칙을 알파벳처럼 판단하며 생각하는 과정이 철학적이거든요. ‘기억의 그물코가 점점 좁아져 결국엔 망각의 운명에 빠져야 할 사소한 일들까지 함께 기억되는 날들’처럼 주인공의 서술도 남들에게는 사소하지만 주인공에는 의미 있는 것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성장형 디아스포라? 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자라는 과정에서 사회적 문화적 틀이 교체되는 과정을 겪으며 이방인의 불안정한 심리를 가지게 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동경하는 도시로의 이동을 통해, 두 번째로는 기대를 깨버리는 미국 시골로의 이동을 통해, 그리고 계속해서 소년의 세상이 붕괴됩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랐던 정신병원도 환자들과 다른 모습인 자신으로 인해 세상과 유리된 상태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으니 그는 언제나 이방인인 것이죠. 그래서 이야기 속의 소년은 자신이 보는 것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판단합니다. 누구보다 독립적인 생각체계를 보여주게 되는 거죠.읽다보면 어느새 끝이 나있는 마법 같은 소설을 원하신다면 이 책입니다. “참, 이상하지. 나는 내가 왜 소위 정상적이라고 하는 사람들보다 소위 정상적이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 속에서 항상 더 편안함을 느끼는지 자주 생각했어. 사람들의 잰체하는 태도, 가식적인 행동, 위선적인 말이 싫었어.”소설의 끝부분에서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 작품 내내 담겨있던 자아와 성장과 이물감의 원인을 찾은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한 소년의 성장을 통해 또 다른 세계가 자라나는 동안 그를 키워냈던 세계가 상실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서사에 가까운 내용을 이렇게도 쓸 수 있나 놀라웠고요, 이게 끝인가 아쉬워서 찾아보니 시리즈가 있더라고요? 계속되는 이야기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