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서버
로버트 란자.낸시 크레스 지음, 배효진 옮김 / 리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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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해도, 우리는 연대를 통해 살아남게 될 겁니다. “옵서버”/도서제공 리프, 포레스트북스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최근 SF들은 AI의 역할이 어떻게 규정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옵서버에서 AI는 특이하게도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으로서 작동하는 두뇌죠. 뇌 임플란트와 초고성능 연산시스템이 결합된 의식 증폭장치는 인간이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합니다. 악한기계가 아니라 도구를 다루는 인간에 따라 달라지는 반려같은 존재죠.

 

성추행 피해를 신고했다가 쫓겨날 위기를 겪는 주인공이 미혼모 동생과 조카들을 홀로 책임지는 기본 설정자체도 리얼하지만, 생존자이자 피해자인 주인공이 마녀사냥당하는 과정은 최근 발생한 남자의사의 성추행논란과도 흡사합니다. 성폭력 2차가해, 평판경제... 읽는 내내 뒤통수가 뜨끈뜨근하죠. 현실에서도 소설에서도 여성은 피해자라는걸 증명해야하고, 마녀가 아니라는 걸 입증해야 합니다. 주인공은 모든 걸 잃어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옵서버로서 자신을 다시 정의해 냅니다.

 

이 소설은 AI와 기계군단을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는 기존의 단순한 서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우리가 무엇을 믿고 선택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철학에 도달해있습니다. 이건 영화 매트릭스 때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질문이자 꼭 필요한 질문입니다. 우리의 의식이 현실을 만든다는 상상은 현실에서도 아주 가까이에 와 있으니까요.

 

여성히로인이 등장하는 양자의식SF스릴러입니다. 여성이 주인공이어야 하는 이유가 작품 내에 등장하는데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랜만에 묵직하고 의미있는 SF여서 좋은 시간이었다고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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