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한 농담 - 죽음을 껴안은 사랑과 돌봄과 애도의 시간
송강원 지음 / 유유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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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슬픔을 위한 책수월한 농담유유희에서 보내주셨습니다.

 

나는 알고 있다. 집에 도착하면 엄마는 집에 없을 것이다. 나는 엄마 없는 집으로 가는 중이다.”

 

실소와 동시에 울음이 터졌다. 고작 이까짓 걸로 엄마를 떠올리는 내가 참을 수 없이 우습고, 이렇게라도 엄마를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내가 대책 없이 슬퍼서. 통증인지 슬픔인지 구분되지 않는 감각이 큰 파도가 되어 온몸을 덮쳤다.”

 

처음 책을 펼치고 울기시작해서 책을 끝까지 읽기 위해서는 여러 번 책을 덮어야 했습니다. 저에게 추석이란 아버지가 떠나고, 어머니가 떠나고, 내 인생에 가장 착한 고양이가 떠난 기간입니다. 고통인지 슬픔인지 허전함인지 그저 상실인지 무엇으로도 표현되지 않는 그 기간에는 제 생일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가을은 저에게 남들은 알아차리지 못하길 바라며 담아두는 계절이고 이별 그자체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가을에 이 책도 넣어두려고 합니다.

 

죽음을 결정하고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단호하게 더 살기를 거부한 엄마를 보며 이미 주인을 잃은 빈방에서 울었다는 작가님의 문장에서 다음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아서 다시 덮었고, “우울은 최선을 다한 삶의 이면일지도 모르겠다.”는 문장에 다시 멈췄습니다. “악취는 몸이 없어지자 영영 사라졌다. 몸이 없는 존재는 냄새를 풍길 수 없다는 사실을 또 하나 배웠다.”는 문장에서 보름도 안 되어 냄새가 사라져버린 내 고양이의 담요를 끌어안고 울었던 제가 생각났습니다.

 

절대 외울 수 없던 감각을 기억으로나마 더듬는 지금, 나는 여전히 엄마 곁을 감각하려 애쓰고 있다. 글을 쓰는 일도 그 애씀의 연장이다. 다시 눈을 감는다. 수도 없이 반복한 장면을 떠올린다. 나는 오늘도 엄마 손을 꼭 붙잡고 곁을 떠나지 못한다.”

 

책장을 넘기다 눈물에 걸려 멈추고, 다시 넘기고를 반복한 시간동안 슬픔이 지나간다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 느꼈습니다. 슬픔은 충분히 울어야 줄어드는지 내내 울고 나니 속이 시원해진 건 덤입니다. 올해 가장 많은 눈물을 꺼내준 책이라고 선정합니다 땅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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