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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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우먼 인 캐빈 10”/도서제공 필름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이 소설은 한국 영화 목격자와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목격자가 겪는 심리적 압박을 그린 작품이죠. 진실을 보고도 고립되는 두 주인공의 상황은 같지만 그들의 방향은 성별로 인해 달라집니다. 목격자에서 남성 주인공이 책임감과 가진 것 사이에서 갈등하며 스스로 고립된다면, 우먼 인 캐빈 10의 주인공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세상으로 인해 고립됩니다. 이 이야기는 나를 인정하지 않는, 나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세상에 대한 답답함을 스릴러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피해자에게 거짓말인지를 몇 번이나 확인하며 피해자의 정당성을 입증하도록 하는 현재의 법률체계를 은유하는 이야기의 구성을 통해 그들의 답답함과 억울함을 느껴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진짜와 거짓이 혼재하는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누굴 믿어야 할까요? 당연히 나 자신이라는 걸 끝까지 밀어붙여 보여주는 이야기 속에서 진실은 상처받고, 주인공은 믿음을 해체당하고, 정신적인 폭력속에서 피해자들의 연대를 통해 구원됩니다. 언제나 그랬죠. 법과 질서는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으니까요.

 

읽으면서 가장 기분이 좋았던 구간은 주인공의 성장서사입니다. 사회를 통해 가스라이팅당한 자신의 거짓포지션을 깨닫고 진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내려놓는 모습이 통쾌하죠. 현실적인 묘사가 좋았고, 불안이 점차 확장되며 조여드는 심리묘사를 버텨낼 수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이라고 적어둡니다.

 

감은 눈 안에 어떤 이미지가 뚜렷하게 떠올랐다. 난간 위에 위태롭게 선 내가 높디높은 벼랑에 발을 걸치고 있고 아래에서는 검은 파도가 휘몰아쳤다. 그렇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비록 한 번은 쓰러졌지만, 견디고 살아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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