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자리
한지민 그림, 류예지 글 / 핀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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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걸려 제 자리에 돌아온 책의 이야기 “책의 자리” 도서제공 핀드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세 사람의 손을 거친 한 권의 이야기는 느리게 흘러갑니다. 쓴 사람에게서 제목을 받지 못한 책, 아이는 그 책이 쓰이던 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아버지는 그 책을 아껴 읽으며 세월을 보냅니다. 다 자라서 하나라고 정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진 아이는 책을 안고 떠납니다. 그리고 혼자 남아 집을 지키던 아버지가 떠나자 책과 함께 돌아옵니다. 


“엄마의 책이었다가 아빠의 책이었던, 한때 내가 간직했으나 이제는 당신이 꺼내 읽었으면 kg는 책을 이따금 떠올린다. 그 책의 어딘가에 하나의 갈피를 내려놓을 누군가의 손길도”


별이 지도록 타자기 소리가 들리던 방이, 스케치북을 한 장 한 장 채워나가는 방이 되고, 그리고 가득 책을 담고 몰두해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곳이 됩니다. 고즈넉한 책방의 비어있던 그 자리가 이름도, 작가도 없는 책을 기다리는 동안 담아두고 잊었던 기다림의 시간이 생생하게 떠오를 즈음. 이 책에는 기다림이 담겼구나, 느끼게 됩니다. 


“서가 맨 아래 칸에는 채 한 권이 들어갈 만큼의 자리가 비어있었다. 아빠는 그만큼을 비워둔 채 내내 기다리고 있었을까. 한 사람이 품어왔을 빈자리의 크기가 깊고 아득했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 그 자리에 비스듬히 밀어 넣었다. 오래전에 훔쳤지만 내내 빌렸다고 생각한 책을 돌려주는 마음이었다.”


낡고 바랜 느낌을 주는 색채로 그려진 삽화들은 오래된 감정과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는데요. 어느 하나 튀는 색을 사용하지 않아 시간이 지나 돌아보는 관찰자 시점이 표현된 느낌의 질감도 특별합니다. 


엄마의 방을 보며 자라난 아이가 그 방과 집을 떠나 자신의 세상을 가지게 되었어도 결국은 자라난 곳으로 돌아가 엄마의 자리이자 자신의 자리, 책장의 틈을 채워 완전해지는 과정은 어른이 되었어도 나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끝없이 여행하는 우리와 같습니다. 


화가의 인생을 담은 개인전을 보는 느낌으로 보았다고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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