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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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흐려지는 과정에 대한 폴 오스터의 고백 바움 가트너”/도서제공 열린책들에서 보내주셨습니다.

 

폴 오스터는 슬픔으로 사망하지 않았을까요.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손녀, 잇달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아들. 그가 바움 가트너에서 언급하는 환지통은 폴 오스터의 현실입니다. 그는 이 작품에서도 남겨진 자의 고통이 사라지지 않음을 이야기합니다. “중심이던 누군가가 죽으면 당신의 일부도 죽는다. 이건 단순하지 않고, 결코 극복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그의 옛 셋방의 이불도 없는 구겨진 시트 위에서 찬연한 씹을 하고 난 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침대에 일어나 앉아서.”

 

바움가트너의 주인공은 아내의 과거에 빗대어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합니다. 이 이야기는 한 생명이 점차 소진해가는 과정이자, 생을 함께한 자신의 유일한 벗에 대한 기억을 하나하나 내려놓는 과정입니다. 엔딩에 관해 여러 가지 논쟁이 있지만, 이야기에서 서술된 내용에 빗대어 본다면 그는 혼자서 살아낼 수 없는 세상을 떠났으리라 생각하게 됩니다. 작가의 유작이기도 하고요.

 

그때 애나가 그에게 말을 한다, 살아있을 때 그녀의 목소리, 다름 아닌 그 울림이 큰 목소리로 말을 한다. 그를 달링과 마이 달링 맨이라고 부르며, 죽음은 어느 누가 지금까지 상상했던 것과도 다르다고,”

 

주인공은 바움가트너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애나입니다. 그는 애나를 통해 살아있고 그녀가 없어도 그녀와 살아갑니다. 그는 피그말리온처럼 계속해서 자신의 현실로 애나를 불러내려고 시도합니다.

 

사라지지 않는, 그러나 오래전에 사라진 과거에서 떠내려온 지워지지 않는 부유물.”

 

그의 생각은 애나의 얼굴로 훌쩍 뛰어간다. 그의 어머니 집에서 거실로 들어와 그에게 어머니가 방금 죽었다고 말해 주며 울던 애나의 얼굴.”

 

그는 그 뒤로 오랫동안 그 느낌을 기억했다는 것, 그 느낌을 간직하고 다녔다는 것은 기억나지만 그걸 느꼈던 그 장소의 세세한 특징은 머릿속에서 거의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그가 지금 그 장소로 돌아온 것인지 아니면 사실 다른 곳에 와 있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다.“

 

모험담의 마지막 장을 끝낸 폴 오스터의 여정에 안식이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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