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지구라는 놀라운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아이작 유엔 지음, 성소희 옮김 / 알레 / 2025년 5월
평점 :
문학을 제대로 배운 이과생이 쓴 과학적인 상상과 비유의 세계, 이 이야기의 배경은 지구입니다. “지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도서제공 알레에서 보내주셨습니다.
-디스커버리채널이나 네셔널지오그래픽의 동물다큐 사랑하시는 분.
-재미로 읽으면서 지식도 쌓고 싶은 분.
-찾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과학아카이브 찾으시는 분.
알면 웃기고 몰라도 재밌습니다. 웃고 떠들다 보면 지구 생명체와 가까워지는 본격! 생물로 하는 꽁트라고 볼 수 있겠네요.
“조-선-무! 조려 먹고, 김치 담가 먹고, 국 끓여 먹는 무! 윤기 자르르 흐르는 흰쌀밥에 아삭한 무김치를 곁들이면 맛날 텐데.” 평행 우주에 사는 샘와이즈 갬지가 다른 뿌리채소를 두고 이런 말을 남겼다.” 느낌 오시죠?
에세이라고 분류하는 분들도 있는데 주석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에세이라는 시각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본문의 가독성이 좋아서 주석을 신경 안 쓰게 되는데 구성 자체도 과학아카이브에 가깝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빌둥”처럼 지식과 일상을 결합한 철학서 쪽이 이 책에 맞는 설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목차는 소리 챕터로 시작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이름짓기”로 시작되는데요. 이건 발견한 생물들에 이름을 붙이는 인간의 습성을 그대로 구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제도 “Utter Earth” 의역하면 “지구를 들려주다.”입니다. 왜 시작에 에밀리 디킨슨을 인용했는지도 느낌이 옵니다. 작가의 광기죠. 지금부터 달리겠으니 알아서 따라오라는 선언 같습니다. 요즘 과학 칼럼은 한 두 쪽으로 한 가지 소재를 다루는데 단순히 짧은 현상을 다루는 게 아니라 긴 편입니다. 다른 책의 칼럼이 컵라면이라면 이 책은 냄비에 끓여 먹는 신라면 정도의 차이랄까요?
“저 새대가리가 입구에 지푸라기 문고리 다는 걸 까먹는 바람에 케이프코브라가 둥지 안에 들어왔지 뭐야. 카라하리나무도마뱀은 대체 어디서 뭘 엿들었길래 비밀 경보 시스템을 해제한 거야? 나무 밑에 낮잠 자는 임팔라가 너무 많잖아. 우리 지붕 위에 치타가 왜 이렇게 많이 누워 있는 거야? 비상 벌꿀오소리다 벌꿀오소리 벌꿀오소리!”
“삼엽충이 적극적이면서도 우쭐거리며 뻐기지 않아 참 다행이다. 안 그랬다가는 우리 모두 삼엽충의 지난날 공적을 끝도 없이 듣게 될 것이다.”
“우리는 헤아리지 못하는 힘을 마주하면 대체로 지하에 들어가서 몸을 숨긴다. 꼭 이런 습관이 우리 존재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것만 같다.”
“문장에서 동사가 빠지면 문장은 정체성을 빼앗긴다. 마찬가지로 동물도 습성을 빼앗기면 삶의 의미를 빼앗긴다. 폴짝폴짝 뛰어다니지 않는 새끼염소가 과연 새끼 염소일까?”
‘앞서 언급했고 대부분 생명체인 대상에 관한 간단한 생각’은 작가들에게 유용합니다. 학명과 국내 표기가 같이 쓰여있는데 작가가 생각한 핵심만 쓰인 이 생물사전파트가 패러디와 위트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이름에 비글이 들어가지만 개가 아닌 악상어, 성게 흉내가 그럴듯하다는 가시복, 집돌이라는 티나무. 의인화에 가까운 성격묘사가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이 부분을 아무 데나 펼쳐서 읽어보세요. 기분전환에 특효입니다.
즐겁다! 어려운 거 같은데 알 것도 같다! 뇌주름 운동은 분명히 했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 책이라고 적어둡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