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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산책하는 개
유르가 빌레 지음, 발렌티나 체르냐우스카이테 그림, 서진석 옮김 / 바람북스 / 2025년 5월
평점 :
교감을 말하는 유르가 빌레, 그가 보여주는 한밤의 이야기 “밤을 산책하는 개”/도서제공 바람북스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유르가 빌레는 리투아니아 출신의 예술가로 시베리아 강제이주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래픽노블 “시베리아의 하이쿠”로 데뷔했습니다. 시각예술을 전공한 다국어 번역가로도 활동한 그는 감수성과 상상력을 담은 문체로 유명합니다. 리투아니아라는 배경은 그에게 사회적 역사적 아픔을 따뜻하게 풀어내는 시각도 물려주었죠.
“밤이 내려앉았어, 그러면 나는 잠에 빠져 있는 내 인간의 손을 삹지. 이봐, 일어나. 이제 나갈 시간이야!” 00:12
“밤중에 검은 개는 까맣고, 밤중에 검은 개는 밤이야.”
까만 개 “달”과 “내 인간”이 산책하는 까맣고 어두운 밤. 달의 이름에 호기심을 가지는 검은 고양이를 만나고, 달이라는 이름에 키득거리는 쥐도 만나고, 설탕 알갱이 같은 별들을 폴짝 뛰어 핥아보며 검은 개는 점점 깊어가는 밤을 걸어갑니다.
달이 하늘의 달처럼 밤에만 나오는 이유는 슬프고, 슬픔을 가진 개는 상처를 핥아주며 쾌유를 빌죠. 달의 마음은 아프고, 달의 인간은 달의 마음을 잘 압니다.
“맞아 나는 살면서 많은 걸 겪었어. 따뜻한 거, 차가운 거. 검은 거. 하얀 거.”
산책 중에 만나는 모두가 달에게 말을 걸고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누죠. 달은 보이는 모든 것들에서 그리움과 사랑을 배우는 중입니다. 아침을 두려워하는 달을 안고 마음을 껴안아 주고 싶어하는 “내 인간” 덕분이죠.
모두가 하나의 가족임을 느끼며 몸을 동그랗게 말고 카페트에 누운 주인공의 모습이 따뜻해서 편안하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인간과 개의 관계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였다고 적어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