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을 입은 명저, 25주년 개정판은 참을 수 없죠. 칼리언니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웅진 지식 하우스에서 보내주셨습니다.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21세기 인문분야 도서의 상징입니다. 출간 후에 한해가 지나도 교보문고 인문분야 베스트셀러에서 내려오지 않아 당시에는 이 책을 어떤 책이 누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지가 저자들의 초유의 관심사! 저도 그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누르고 잠시(!) 2001년에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오랫동안 저의 자랑거리가 되었죠. 책이 진열되기 전날 베셀 기 받는다고 이 책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것도 기억납니다.이 책은 시간순서도 헷갈리던 그리스로마신화를 키워드를 중심으로 재편성해 설명하는 책입니다. 그래서 부제가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죠. 이런 아카이빙은 제대로 아는 사람만 할 수 있기에 이윤기 선생님의 신화 텍스트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낳았던 책입니다. “가엾은 딸의 이름 페르세네는 ‘썩다’ 또는 ‘빛나다’는 뜻을 지닌 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썩음으로써 빛나는 것’은 무엇일까? 씨앗이 아닌가?”다른 책이라면 주석을 달았을 부분도 풀어서 설명해주신 덕분에 쉬운 설명으로 손꼽히기도 했습니다.개정판의 특징은 달라진 편집입니다. 이전에는 그림을 크게 넣느라 텍스트가 구겨져 들어가 있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깔끔하게 단락 구분을 해서 재배치 되었습니다. 가독성이 좋아졌단 뜻이죠. 표지만큼 깔끔해진 편집! 올룀포스등의 외래어 표기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신 외래어 표기가 거북스러운(저!)분들도 걱정 안 하시고 읽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처녀는 인간의 아내가 될 팔자가 아니다. 보아라, 올륌포스 신들도 인간도 그 뜻을 거스를 수 없는 요사스러운 괴물이 산꼭대기에서 처녀를 기다리고 있구나.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느냐? 아름다움이란 비와 같아서 모자라면 가뭄이라 하고 넘치면 홍수라 하지 않더냐.” 예쁜 게 죄라는 말이 이런 거죠. 이 부분을 오랜만에 읽으니 다시 불끈 주먹이 쥐어지고 예쁜 여자 얻겠다고 신탁을 내리는 멍텅구리가 사랑의 신이니,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되는 거지! 라고 화를 내며 책장을 넘겨봅니다. 마지막 챕터인 12장이 기억과 망각인 것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12는 하늘과 땅의 자녀들의 숫자이기도 하지만 12시는 밤이고 잠은 죽음과 동일시되었습니다. 그러니 마지막이죠! “무사이가 태어난 땅은 그리스이지만 지금은 모두 프랑스로 옮겨와 있는 듯하다. 이들의 면면을 알아보지 못하면 파리 거리의 조형물은 돌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이 부분은 다시 읽으니 슬펐습니다. 20여 년 전에는 몰랐던 이야기, 자신이 태어난 곳이 아닌 곳에 놓여있는 일본의 절에 놓인 우리나라 불상들 같지 않나요? 같은 텍스트도 나의 경험에 따라 다른 느낌이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초판이랑 하나하나 비교해 보면서 천천히 재독해볼까 합니다. 그리스 신화를 역사 전공자나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이 즐길 수 있게 만들었던 첫 번째 책이자 최고의 책.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적어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