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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번트가든의 여자들 - 18세기 은밀한 베스트셀러에 박제된 뒷골목 여자들의 삶
핼리 루벤홀드 지음, 정지영 옮김, 권김현영 해제 / 북트리거 / 2024년 9월
평점 :
18세기 베스트셀러 ‘해리스 리스트’ 38년간 개정판이 나왔던 이 책이 매춘리스트라는 것이 함정. 그 뒷이야기를 추적합니다 “코번트 가든의 여자들” 북트리거에서 보내주셨습니다.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소개하면서 “여성 상품화와 차별의 역사를 남겨두는 것이 종이책의 존재 중 하나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 책은 상품화의 끝판왕인 여성매매 역사의 핵심요약과 같다. 이런 성노동자들이 좋아서, 즐기면서, 이익을 얻기 위해 업에 종사한다고 믿고 싶어 하는 남성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싶지 않지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적어둔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작가의 경고를 읽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피해자 입장의 복수나 해피엔딩은 찾을 수 없을 것으로 확신했고 뒷목을 잡을 상황을 위해 따뜻한 차도 준비했다. 그런데 반전은 작가의 전작인 더 파이브가 워낙 재미있었기 때문에 기대하기도 했지만 저자의 필력이 좋아 지루한 역사적 사실을 무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포주나 마담이 순진무구한 젊은 숙녀를 함정에 빠뜨리는 이야기는 18세기 문학 작품의 단골 메뉴였고, 당시의 법원 기록이 증명하듯이 그런 시나리오가 순전한 허구만은 아니었다. 법원에 남겨진 기록에 따르면 얼굴이 예쁘고 몸가짐이 매력적이지만 지참금이 없는 불쌍한 미혼여성들은 성병에서 안전하기 위해 매춘부가 아닌 여성을 가지기 원하는 멀쩡한 귀족의 의뢰하에 해리스 같은 포주들의 마수에 걸려 이일을 시작하기도 했다.
포주중 하나인 헤이즈의 업소는 처녀를 취할 수 있기로 유명했는데 “처녀성에 관해서라면, 한 여인이 백 번을 잃어도 여전히 좋은 ‘처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처녀성을 푸딩처럼 쉽게 만들었다. 특제 로션이 해답이었다.
암암리에 돌던 리스트를 출간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데릭이라는 망한 예술가였다. 교육을 받고 정당한 직업을 가질 예정이었던 데릭은 예술가로 성공하지 못하자 포주를 해야만 하는 현실에 놓이게 되는데 자신을 높게 보았던 터라 그는 당장 포주가 되는 대신 자신이 아는 이 세계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게 된다. 이렇게 베드퍼드 커피하우스 체험기, 세익스피어즈 체험기를 거쳐 이 업계의 이야기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데릭은 암암리에 돌아다니던 업계 선배가 만든 ‘해리스 리스트’를 출판해 돈을 벌기로 마음먹는다. 그가 오랫동안 공들여 닦았던 시적인 재능으로 매춘여성의 연락처 모음집에 불과했던 비밀리스트가 그녀들과 귀족들의 사생활은 물론 사건 사고를 담아 스캔들의 연대기가 완성된다. 고급스럽게 권두화보도 넣고 제작 자체도 여럿이 참여하는 사업이 되었기 때문에 종사자의 입장에선 움직이는 광고판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익은 포주가 누렸다.
“많은 여자들에게 섹스는 그저 고통스러운 경험일 뿐이었다. 이 모든 사실들을 고려하건대, 누가 과연 이 여자들이 성적으로 무관심하고 불감증인 것 같다고, 욕망을 배신하고 돈만 밝힌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남성들이 매춘여성이 자신에게 충실하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말에 뒷목을 잡았고 그녀들이 업계에 끌려 들어오게 된 짧은 이야기들에 슬퍼졌다. 언제나 이야기하지만 성판매는 사는 사람을 처벌해야 끝난다. 사는 사람들이 없어지면 파는 사람은 사라진다. 성매수를 마약매매처럼 처벌한다면 이 여성들의 고통이 끝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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