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이 궁금해지는 필력의 힘> “이전 문장에 만족하기 전에는 절대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기에.” 라고 말하는 작가, 한 문장을 열 번 스무 번씩 고쳐 쓰는 작가의 작품은 한꺼번에 읽기엔 지나치게 밀도가 높았다. 앞으로 돌아가 다시 곱씹고 싶은 욕망을 꾹꾹 누르며 결말을 향해 전진했다. 닻을 내릴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에...📖“내 생각에 퐁의 외모는 평범했다. 세상에 평범한 사람이 있다면 말이지만”이 문장은 주인공의 콤플렉스를 상징한다. 항상 나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던 주인공이 원하던 롤모델인 퐁이 가진 평범함이 부러웠던 주인공의 마음, 나는 다르다는 느낌은 무엇일까. 고등학교 때 같은 서클의 선배가 자신은 아르비노(백색증)라서 머리가 금발이고 눈이 갈색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배는 혼혈이었는데 혼혈이라는 설명이 그 시대에는 결코 좋지 못한 취급을 받았기에 나온 변명이었다. 📖“결국 누구에게든 매달리던 사람, 미친 듯이 달라붙던 사람은 나였다”주인공은 혼혈인이라는 특수성(따지고 보면 현대에서는 아주 많은 인구의 특성인)인 혈맥의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그 외와 엄마를 연관 지으며 스스로 다르다고 느낀다. 부유감을 느끼는 대신 자신의 손에 닿는 모든 인간관계를 꼭 쥐고 끌려다닌다. 이야기 속의 모든 사건은 어쩌면 이 깨달음을 위해 안배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결말에 가서야 마음의 평화를 얻고 닻을 내릴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의 자동 구동모드로 전환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그 디폴트 상태의 소년, 그 디폴트 상태의 영혼이 되지 않을 것이다. 피도, 사랑도 묽어진 녀석, 자기의 머릿속에서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녀석.”자, 이제 주인공은 탈피를 결정하고 스스로 나아간다. 과거의 사건을 받아들이고 양분으로 삼았기에 영원히 어린아이였던 그의 영혼이 성장한 것이다. (독자로서 일단 만족)✍️✅한 번에 완독보다는 20-30장씩 나누어 읽으면서 서너 번 재독 하는 것이 좋은 책, 문장 하나하나에 상징적인 문화 배경이 숨어있다. ✅한번도 안볼 수는 있어도 한번 보면 전작을 찾아읽게 되는 매력이 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