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 니큐 의사 스텔라가 기록한 아기를 가슴에 묻는 사람들
스텔라 황 지음 / 그래도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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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의사 사이, 모든 날은 빛이다>

출간되지 않은 내 첫 장편소설의 주인공은 니큐 의사를 꿈꾸는 여자 레지던트 이야기였다. 생존확률이 사 분의 일인 미숙아로 태어나 성장한 주인공의 이야기였는데 그때 자료조사를 하다가 신생아중환자실이라는 공간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참 지나 이 책 <사랑은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를 만났다.

자신감과 두려움 그 사이에서 매일 균형추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저자는 살리려는 희망과 떠나보내는 슬픔 사이에서 살아간다. 아기의 솜털 하나 해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담은 손길로 치료하는 것은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저자의 멘토가 저자를 꼭 안아주며 해주었던 말이 기억에 남았다. “네가 만약 모든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다면 이 일을 그만두는 게 맞을 거야.” 슬픔과 함께 매일을 걸어가는 일, 어느 죽음도 잊히지 않지만, 또 살리기 위해 배지를 가슴에 다는 니큐의사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상상할 수 없는 통증을 수반한 마지막 출산 과정>을 겪고 난 후 산모와 자신이 오버랩되어 병원생활이 백배는 힘들었다는 고백을 듣고나서는 아, 이런 사람이 의사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력을 가진 기계적인 의사이야기가 판을 치고 있는 세상에서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의사는 또 얼마나 드문가. 아이의 엄마라 아이를 떠나보내는 부모의 고통에 공감해 두 배는 더 힘들지만 더 따뜻할 저자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어졌다.

아기와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버린 가족의 이야기에서 <마지막엔 결국 혼자>라는 혹독한 인생의 단면을 엿본 경험이나,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는 아이를 끌어 안아주던 엄마가 결국 치료를 포기하던 이야기. 퇴원시켜 웃는 아이와 엄마를 집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냄으로서 ‘치료’를 완료하는 과정을 적어내는 일은 그 자체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주는 치유의 글쓰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2019년 4월, 한국은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2022년 미국연방대법원은 1973년의 낙태죄 위헌판결을 뒤집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낙태가 불법이다. 저자도 마음이 불편하다는 감상을 남겼지만 나는 우리나라도 같은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졌다. 여성의 몸의 자유는 언제쯤 완전해질까.

따뜻한 마음과 의사로서의 생각이 함께하는 에세이는 처음인 것 같다. 의사로서 생존하기가 얼마나 치열한지를 다룬 책들도 읽어봤고, 마음을 품어주는 정신과 에세이도 많이 읽었지만 그 균형을 가진 책이라 읽고 나서 보람이 느껴진다. 이 잘쓰시는 작가님이 또 다른 이야기도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소중한 오늘이 반짝이는 순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결정했다.

<그래도봄 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작성된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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